▲ 레미콘운송노조
지난 4일 레미콘운송노조(위원장 임영택)와 수도권 레미콘 제조회사들이 운송료 인상에 합의해 주목받고 있다.
레미콘운송노조는 우리나라 특수고용직 노조 중 최대규모다. 등록된 전국 레미콘 차량 2만6천여대 중 1만3천대가량을 조직하고 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호남·경북지역 레미콘 노동자 다수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2012년부터 조직화를 했으나 2020년 9월에서야 용인시청으로부터 경기지역 조합원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았다. 경기지역 조합원들은 법내노조 소속, 그 외 지역 조합원은 법외노조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업장을 뛰어넘는 수도권지역 노사교섭에 성공했다. 노조는 올해 4월부터 서울·인천·경기지역 레미콘 제조사들을 상대로 통합(공동)교섭을 추진했다. 지난달 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하고 나서야 사용자와의 교섭이 성사했다. 지난 4일 운송료를 2년간 24.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임영택<62·사진> 위원장은 “통합교섭 성사로 사용자와 정부에게 노조활동의 정당성을 알렸다”며 “노조가 아니고, 그래서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던 제조사들을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목표로 했던 성과의 절반은 달성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노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 통합교섭 성사를 최대 성과라고 했다.
“2019년부터 수도권 14개 지역별로 매년 운송료 협상을 했다. 노조 지부와 지역 제조사들이 마주했다. 그 이전에는 사업장별로 협상이 이뤄졌다. 이번에 수도권지역 차원의 통합교섭으로 확대했다.”
- 통합교섭을 추진한 이유는.
“지역별·사업장별로는 노조가 교섭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지난 4일 레미콘 운송 뒤 차량에서 나오는 폐수(회수수)를 처리하는 비용의 50%는 제조사가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새로운 요구를 관철한 것이 아니다. 이미 지원받는 곳도 있다. 지역별 교섭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제조사들은 매년 협상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끌고, 그러다 한 지역에서 합의가 되면 전체 지역에 일방적으로 적용하려 했다. 조합원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합의라도 전면 적용된다. 조합원의 요구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교섭구조를 확보하고, 제각각인 노동조건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 타임오프 인정을 교섭에서 요구했는데.
“임금협상이 최대 과제이긴 했다. 지역에서는 속속 운송료 협상이 타결되고 있었지만 수도권은 진척이 없었다. 조합원 요구를 교섭에서 쟁취해야 했다. 타임오프는 노조 실체를 사용자에게 인정받기 위한 목적에서 요구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수도권 공동교섭에서는 얻어 내지 못했다. 서울·인천지역 레미콘 제조사들은 법내노조가 아니라며 타임오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견이 너무 커 좁히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교섭 과정에서 노동위원회와 정부 등에서 사실상 노조로 인정받았다고 판단했다. 제조사는 계속 노조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건 그들만의 주장일 뿐이다.”
- 고용노동부에 전국단위 노조 설립신고를 했다.
“지난해 12월 전국레미콘운송노조라는 이름으로 설립신고를 했다.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하라는 취지다. 한때 정부와 법원은 특수고용직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보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수고용직 노조가 계속 생겨나고 있고 레미콘 노동자는 산재보험·고용보험도 적용받는다. 사회적으로도, 정부가 보더라도 노동자라는 얘기다. 설립신고증이 나오면 제조사들도 타임오프제 도입 논의를 피하지 못하게 된다. 정부에게도 레미콘 노동자 노동조건을 향상할 방안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합법적 무기를 얻게 된다. 노동부는 미루지 말고 설립신고증을 빨리 교부해야 한다.”
- 레미콘 노사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올해 교섭에서 제조사들은 레미콘발전협의회라는 사용자단체를 꾸렸다. 노조는 협의회와 2년 뒤에도 통합교섭을 하기로 했다. 부속합의로 못 박았다. 교섭의 틀은 자리 잡은 셈이다. 제조사들은 레미콘 노동자와 공생관계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처럼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마찰만 발생할 뿐이다. 정부도 특수고용직 노조활동을 지원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원만한 관계가 형성하길 기대한다. 그러면 노조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합리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