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일하는 금융기관은 업무 회의가 끝나면 언제나 회식을 한다. 회사 대표는 회식 불참을 매우 싫어해 참석은 의무처럼 여겨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될 때는 회식이 적었지만 최근에는 잦아졌다. 회식에 불참했다고 대표로부터 “그럴 거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고 나서 A씨의 고민은 더 커졌다. A씨는 이번달 직장갑질119 이메일로 상담을 접수했다.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직장내 회식 갑질’이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직장갑질119는 “지난 1~3월에는 회식 갑질 제보가 3건이었지만 4~5월엔 11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 119는 지난해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감수성 지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회식문화’와 ‘장기자랑’ 항목에서 주로 관리자에 해당하는 50대와 사원 직급인 20대의 격차가 컸다. ‘팀워크 향상을 위한 회식이나 노래방 등은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항목에 대해 50대는 감수성 점수 63.7점을 받았고, 20대는 79.5점을 기록했다. 직장갑질119는 “50대는 회식문화에 대한 직장갑질 감수성이 20대에 비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50대 관리자들이 회식문화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한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직장갑질119는 안전하고 평등한 직장을 위한 ‘회식 5계명’으로 △회식 강요·회식 배제는 직장내 괴롭힘 △술 따르기·끼워 앉히기는 직장내 성희롱 △음주·노래방 강요 금지 △고기 굽기 등 상사 솔선수범 △술자리 불편한 직원 살피기를 제시했다.

최연재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반복적인 술자리 강요나 회식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에 대한 따돌림, 폭언 등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며 “업무 회식 자리에서 일어나는 상사의 폭언이나 성희롱도 엄연한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