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부당해고 소송 중에 근로계약이 종료돼 원직복직이 불가능하게 됐더라도 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2020년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나온 첫 대법원 판례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자가 해고를 두고 다투던 중 정년이 지나 복직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라도 부당해고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 고용승계 미이행
2심 “소송 중 계약 종료, 소 이익 없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전직 아파트 관리소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9월 아파트 관리업체인 B사와 3개월을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B사의 위·수탁관리계약이 2016년 12월 종료되자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듬해 1월 C사에 2년간 아파트 관리를 맡겼다.

그런데 관리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A씨의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2017년 2월부터 근무를 못 하게 되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원직복직과 해고 기간의 임금지급을 구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입주자대표회의와 C사가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며 각하하고, B사와의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기각했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A씨는 2017년 9월 소송을 냈다.

1심은 부당해고가 맞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0년 2월5일 A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근로계약이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19년 4월3일 이전에 종료됐기 때문에 재심 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판례의 태도는 노동자가 근로계약 만료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해고 기간 중 미지급 임금을 받을 필요가 있어도 민사소송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소송의 이익이 없다고 봤다. 행정소송으로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거나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심 선고 후 대법원 판례 변경
“복직 불가능해도 임금 회복 가능”

하지만 항소심 선고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근로계약이 종료된 경우도 재심판정을 다툴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2020년 2월20일 나왔다. A씨 소송의 항소심이 선고된 지 15일만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해고 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민사소송과 별개로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를 확인받고 임금 손실을 회복하는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자 지위 회복만이 아니라 해고 기간의 임금을 받도록 하는 것도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목적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A씨 사건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따랐다. 재판부는 “A씨의 사용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로 인해 원직복직이 불가능하게 됐더라도 해고기간의 임금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며 “이러한 한도에서 A씨에게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소송의 이익이 소멸했다고 판단해 소를 각하했다”며 “소의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