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영 변호사(법무법인 사람)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된 이래로 다양한 명목과 조건의 수당·임금·급여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치열하게 다툼이 있었다. 그중 가장 첨예한 부분은 “재직자 조건의 정기상여금”이다. 관련한 여러 쟁점이 있었으나, 가장 핵심적인 기준으로서 대법원은 “일할계산 여부”로 고정성을 판단해 왔다.

최근 대법원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하도록 취업규칙에 규정된 정기상여금”을 단체협약에서 지급일 이전의 퇴직자들에게도 근무기간에 비례해 일할계산해 지급하기로 했다면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38053 판결). 다만, 이는 여러 사정들을 고려해 사용자측에게 일할계산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일할계산 되지 않는 재직조건 정기상여금”에 대해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 할 것이다.

특정 시점의 재직 조건이 소정근로에 더한 추가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아직까지는 재직 조건이 추가적인 조건이라는 대법원의 입장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은 사전에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의 징표의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해석으로 보인다. “임의의 날에 출근하면 받을 수 있는 금전”만 고정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재직자 조건의 정기상여금 중 일할계산되는 경우에만 고정성이 인정된다는 법리 자체는 논리적인 면이 있다. 다만 1995년에 임금이분설이 폐기됐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종래의 임금이분설은 임금을 생활보장적 임금과 근로대가적 임금으로 나눠서 설명했으나, 대법원은 95년에 전원합의체를 통해 “생활보장적 임금은 있을 수 없다”며 임금일체설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이러한 임금일체설에 따르면 모든 임금은 소정근로나 추가근로의 대가다. 특정 시점에 재직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급되는 “일할계산되지 않는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는 아님이 분명하고, 추가근로의 대가 역시 아니다. 따라서 임금일체설은 이러한 금전의 법적 성질을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엄연히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존재하는 금전이기 때문에 단순히 “시혜적 금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근로관계에 부수해서 발생하지만 근로의 대가는 아닌 약정금”이라는 이상한 결론이 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법원이 임금이분설로 회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법원이 과거에 폐기한 임금이분설을 스스로 공식적으로 부활시켰을 가능성은 적다는 전제하에서는 “일할계산되지 않는 재직조건 정기상여금”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모호한 상태로 남겨질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된다. 그 때문인지, 최근에는 아예 재직자 조건 자체의 유효성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대법원 판결 중 재직자 조건이 무효라고 본 사안은 없었다. 다만 고등법원에서 재직자조건이 무효라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 등).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과 관련해 근본적으로는 퇴직 일자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임금지급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임금의 사전 포기에 해당할 위험이 항상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명절휴가비 같은 복리후생 성격이 강한 금전이면 모르지만, 통상적으로 문제되는 “정기상여금”은 3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기본급 100%·200%·300%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또한 일할계산을 기준으로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해 온 대법원의 법리는 예측가능성을 높였을 수는 있으나, 기계적·형식적 기준만으로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켜 버릴 수 있게 만들었다는 위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일할계산이 없는 재직자 조건을 무조건적으로 유효라고 볼 수는 없고 어느 선에서는 약정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단순히 일할계산 여부로 통상임금성만 판단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전체 급여 중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지급되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적 간격으로 금전이 지급되는지 등 다양한 제반 사정을 종합해 재직자 조건의 유·무효를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