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노총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공익위원 등이 노동자들의 피켓팅을 이유로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자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시작도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 사퇴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한 노동자들 퇴장 여부를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장·공익위원 간사
50분 간 모습 안 드러내, 기다리던 노동계도 철수
최저임금위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박준식 위원장을 포함해 근로자(9명)·사용자(9명)·공익(9명)·특별위원(3명)을 포함한 30여명은 모두 프레스센터를 찾았지만 회의장에서 얼굴도 맞대지 못했다. 양대 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회의 시작 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교수 사퇴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했다. 노동부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주 69시간 노동제 정책을 주도한 권 교수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다.
최저임금위 사무국은 노동자들의 퇴장 후 개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동자들은 퇴장을 거부했다. 노동자 퇴장을 요구하던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 등은 같은 건물 19층에서 대기했다. 그러자 시간에 맞춰 회의장을 찾았던 사용자위원·특별위원 일부도 회의자리를 떠 대기장소로 이동했다.
결국 최저임금위 1차 전원회의 시작 후 30분이 지났을 무렵에는 근로자위원 9명만 자리를 지켰다. 근로자위원들은 논의 끝에 오후 3시50분까지 답변을 달라고 최저임금위 사무국에 요구했다. 근로자위원들은 모두 발언 뒤 언론사 취재진이 퇴장할 때 피켓시위 노동자들도 회의실에서 나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근로자위원 9명이 제시한 시각인 3시50분에도 박준식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무국은 어떤 공식 입장도 전달하지 않았다. 결국 근로자위원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회의장에서 나갔다.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 주도, 권순원 교수 사퇴하라”
최저임금위 위원 30여명이 모두 모였지만 회의를 시작조차 못하고 파행으로 끝난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올해 논의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2차 전원회의가 언제 열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의 의사전달 기회를 박탈하고 회의를 진행하지 않는 최저임금위원장의 직무유기가 굉장히 안타깝다”며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책임 있는 설명 없이 회의를 지연시킨 책임은 위원장과 사무국에 있다”고 비판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사후 입장문을 통해 “회의장 내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렵고 공정한 심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공익위원들의 일치된 건의를 수용해 전원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며 “1차 전원회의는 빠른 시일 내 세종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총은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심의가 아닌 활동을 문제삼아 사퇴를 요구한 것은 공익위원의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며 “회의를 무산시킨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이날 1차 전원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순원 교수의 공익위원직 사퇴와 최저임금 1만2천원 인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