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고 노동자에게 실제 지급되지 않았지만, 사업주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임금 액수도 ‘평균임금’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와 유족이 합의한 금액을 반영해 산재사고 재해자의 평균임금을 계산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평균임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라 재해보상 기준으로 삼는 금액이다. 재해자가 사망하는 등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간 지급된 임금 총액을 해당 기간의 총일수로 나눠 계산한다. ‘임금 총액’에는 노동자가 받은 금액뿐 아니라 사용자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금액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의 태도다.
최저임금 미달 평균임금에 사업주·유족 합의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야간경비원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와 장의비 평균임금 정정 및 보험금 차액 부지급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 울산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소송은 경비업체 소속 야간경비원 A씨가 2019년 1월 경비실에서 심부전으로 숨지면서 시작됐다. A씨가 최저임금(2019년 기준 8천350원)을 받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A씨의 평균임금(5만6천250원)은 당시 최저보상 기준금액(6만6천800원)보다 낮아졌다. 공단은 급여대장을 토대로 평균임금을 계산해 A씨 아내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했다.
유족은 노동청에 최저임금법 위반을 이유로 사업주를 고소했다. 사업주는 그해 5월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4천400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했고, 민·형사 부제소 합의했다. 그러자 유족은 평균임금이 9만5천원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차액을 달라고 공단은 요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평균임금을 8만7천원으로 정정해 차액을 지급했다. 사업주와 합의한 금액을 토대로 계산한 것이다. 심사와 재심사 청구도 기각됐다.
유족 “공단이 임의로 평균임금 산정”
A씨 아내는 2020년 9월 “추가로 받았어야 할 미지급 임금이 평균임금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유족측은 “평균임금 산정은 합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공단이 임의로 평균임금을 산정했다”며 “사망 3개월 전 기본·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토대로 최저임금을 적용한 평균임금은 9만2천원”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단이 평균임금을 최대한 사실대로 산정한 것으로서 충분히 합리성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미지급 임금 중 퇴직금을 제외한 금액의 비율이 77%라고 해석했다. 이를 근거로 공단이 사업주와 합의한 금액의 77%를 미지급 임금으로 보고 평균임금을 산정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A씨의 추가 근로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도 “공단은 평균임금을 최저보상 기준금액보다 대폭 상향하면서 처분을 했던 것일 뿐 단순히 합의된 금액 중 일부만 자의적으로 평균임금 정정에 반영했던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유족이 평균임금 산정근거의 자료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합의는 사후적 의사 불과, 실제 금액 달라”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공단이 산정한 평균임금은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망인이 사망함으로써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할 사유가 발생했으므로 3개월 동안에 현실적으로 지급받은 임금 액수는 물론 그 시점에 현실적으로 지급되지는 않았지만, 회사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임금 액수도 평균임금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공단은 이러한 방식에 따르지 않고, 고소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한 금액과 (사업주와 유족이) 합의한 금액을 반영해 망인의 평균임금을 계산했다”며 “그러나 이는 (원고와 회사의) 사후적인 의사에 따라 계산한 액수일 뿐 망인이 지급받아야 할 금액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계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합의한 금액은 실제 미지급 임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근무시간과 급여 액수가 기재돼 있는 근로계약서나 급여대장을 근거로 임금 액수를 충분히 계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야간경비원으로 근무한 망인이 사망 이전 3개월 동안 제공한 야간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돼야 하는 가산수당 중에 생전 지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평균임금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망인이 사망했을 당시 지급받지 못한 임금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액수가 얼마인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은 채 공단이 망인의 평균임금을 8만7천원으로 계산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기초로 한 유족급여와 장의비의 차액 지급을 거부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평균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