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불공정 채용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공정채용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계장부 미제출 노조 현장조사를 21일 강행하는 데 이어 노조 우선 채용 논란을 확산시켜 노정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이 지속 강조하셨듯 불공정 채용은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잘못된 관행이자 미래세대인 청년의 희망과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이름 붙인 ‘공정채용법’은 채용 공정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개정을 의미한다. 이 장관은 “불법·부당·불공정 채용에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수위를 높여 법적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청년세대가 민감한 공정채용 이슈를 노조 때리기 도구로 꺼내 든 모양새다. 앞서 노동부는 ‘노조 자녀 우선채용’ 내용을 담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규약 시정명령에 불응한 금속노조,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 조사 중이다. 기아차 노사가 체결한 단협에는 산재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명, 정년 퇴직자,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사문화해 단협 문구로만 남아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18일 연일 “고용세습 근절”을 외쳤다. 금속노조는 1월 관련 조항을 단협을 갱신하는 내년에 수정하기로 이미 방침도 정했다.
노동부는 5월 초 불공정 채용에 대한 기획 점검·감독도 실시한다. 불공정 채용은 정부가 밝힌 5대 불법·부조리(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직쟁내 괴롭힘, 불공정 채용) 중 하나다. 노동부는 “근로감독을 강화해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21일 노조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은 양대 노총을 비롯해 8개 노조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질문에 이 장관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장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노조에) 충분히 취지를 설명했고 협조를 요청했다”며 “동의와 협조하에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법을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기 때문에 물리적인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고,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현장조사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국고지원금은 제대로 이미 다 보고했고 일반회계(조합비)와 관련해서는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데다가 보관하고 있는 사진도 모두 보고 했다”며 “더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부의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조가 마치 법을 어기며 활동하는 것으로 낙인찍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고 노동부의 불법·부당한 행정 개입”이라며 “내일 예정된 방문조사는 정중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