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형태에 따라 임금뿐만 아니라 쉴 권리에서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형태·사업장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커지고, 임금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분배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비정규직에게 가혹했던 데다가, 최저임금 인상률마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중첩해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2.3%포인트 하락
노동시간 감소폭,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3배 이상

고용노동부가 23일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노동자 한 명당 노동시간은 154.9시간으로 1년 전(164.2시간)보다 9.2시간 감소했다. 정규직은 같은 기간 11.2시간 줄어든 데 반해 비정규직은 3.7시간 줄어든 것에 그쳤다.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시간 변화에 차이가 큰 현상은 지난해 1월부터 5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영향이 컸다. 명절·국경일과 같은 관공서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되면서 쉬는 사업장이 늘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에는 지방선거(6월1일)와 현충일(6월6일)이 있었다. 노동부는 “정규직은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월력상 근로일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11.2시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고용형태에 따라 쉴 권리 보장에서도 격차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 한 명당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2천651원으로 1년 전(1만9천806원)과 비교해 14.4%로 큰 폭 증가했다. 시간당 임금총액은 월 임금총액에서 총 노동시간을 나눠서 계산한다. 지난해 6월 기준 노동시간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시간당 임금총액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순수한 임금총액 증가율도 7.8%에 달해 적지 않았다. 이런 시간당 임금총액은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2.3%를 찍었던 2018년이 두 번째로 높았다. 당시에는 최저임금이 16.5% 증가하면서 전체 임금을 끌어올렸다.

분배지표는 급격하게 악화했다. 지난해 6월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을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은 70.6%로 나타났다. 1년 전(72.9%)보다 2.3%포인트나 하락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은 2016년 68.3%에서 2021년 72.9%까지 지속 상승하며 개선세를 보였는데 지난해 꺾였다.

300명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시간당 임금총액을 100으로 놓고 본 지표도 상황이 좋지 않다. 300명 이상 비정규직은 65.3%로 3.8%포인트 급감했고, 300명 미만 비정규직은 43.7%로 1.8%포인트 떨어졌다. 300명 미만 사업장 정규직은 2018년 56.8%에서 2021년 58.6%로 완만하게 상승했는데, 지난해에는 57.6%로 역행했다. 고용형태뿐 아니라 사업장 규모에 따른 분배격차도 벌어진 셈이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 8년 만에 ‘증가세’
“코로나19 충격에 최저임금 찔끔 인상 때문”

8년 연속 감소하던 임금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16.9%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했다. 해당 지표는 2013년 24.7%를 찍은 뒤 2014년 23.7%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저임금 노동자는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인 노동자를 뜻한다. 지난해 6월 기준 중위임금은 314만6천원이고 저임금 노동자 기준금액은 209만7천원이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임금격차를 보여주는 임금 5분위 배율 역시 지난해 6월 4.45배로 2021년 6월(4.35배)보다 0.1배포인트 확대했다.

분배지표 악화는 최근 수년간 낮은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충격이 비정규직에게 전가된 상황이 두루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을 때 분배지표 개선세가 뚜렷했지만 최근 제자리걸음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까지 이르면서 불평등 심화의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불평등 심화를 막을 만큼의 확장 재정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점도 악화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통계청 조사 등을 두루 살펴보면 그간 개선하던 분배지표가 반전하려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최저임금을 상당 부분 인상하지 않으면 악화 조짐을 막기 힘들 것이다”고 주장했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는 3만3천개 표본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99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해고된 노동자나 특수고용직 등의 사정은 반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