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시작되자마자 지역별·업종별 구분적용 여부가 쟁점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해 8월 자영업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윤 당선자측이 최저임금제를 단계적으로 수정해 나가겠다고 시사했음에도 재계를 중심으로 지역별·업종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 구분적용, 지역 낙인효과 발생·국민통합 저해 우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별이나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최저임금위는 2017년 노·사·공익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 18명으로 TF를 구성하고 제도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당시 TF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업종·지역별 구분적용 방안을 비롯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방안 △최저임금 결정구조·구성 개편 △가구생계비 계측·반영 방법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 개선과 저임금 해소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등 6개 주제를 놓고 각각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TF는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TF 보고안’을 도출했다.
당시 TF는 지역별 구분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TF는 “지역별 경제상황·임금수준·생계비 차이가 있다는 게 구분적용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며 “지역 낙인효과와 지역별 노동력 수급의 왜곡이 우려되며 국민통합·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기선 당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보고서에서 “지역별 최저임금이 지역 간 임금격차를 발생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이나 미국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으로 노동력이 유출돼 균형발전이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지역별 최저임금이 설정되기 위해서는 지역노동시장이 활성화하고 노동이동성이 크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노동이동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구분적용, 저임금 고착화·합리적인 기준 부재”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에만 시행됐다. 재계는 업종 간 상이한 경영 여건과 부담 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종별 구분적용은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고용축소를 완화하기 때문에 생계보호 관점에서도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은 이미 저임금 상태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의 저임금 상태를 고착화하며, 최저임금제의 기본 취지에도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TF는 현 시점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다수의견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려우며, 구분적용 대상이 되는 업종에 대해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 인프라가 부재한 점도 고려됐다.
업종별 최저임금제는 매우 예외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업종별 최저임금 수준이 더 높게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을 실시하는 국가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실시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 이상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업종별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잘못 소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