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주류업체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브랜드를 인수한 기업이 유통업 경험이 없는 업체로 확인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안정적인 경영이 불가능해 고용위기에 닥칠 수 있다고 보고 ‘고용보장·단협승계’의 기존 방침을 ‘매각저지’로 재정립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4일 디아지오코리아노조(위원장 김민수)는 “사측과의 소모적인 대화를 지양하고 모든 역량을 매각 저지투쟁으로 집중해 무조건 (매각을) 막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윈저 브랜드를 사모펀드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메티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에 매각한 디아지오코리아는 7월께 회사가 쪼개질 예정이다. 윈저 브랜드는 존속법인에 남고, 디아지오 글로벌 브랜드인 조니워커·기네스 등의 사업은 신설법인이 맡는다.

매각으로 2개 회사로 직원이 나뉘게 될 상황에 놓이자 노조는 고용보장과 단협승계를 회사에 요구해 왔다. 올해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매각에 따른 대책과 임금인상 등을 주장하며 2월25일부터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를 이어 가고 있다.

회사는 몸집 줄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존속법인에 남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1일부터 디아지오코리아에서 일한 정규직 전원을 대상으로 삼았다. 디아지오 글로벌 브랜드 사업을 맡을 신설법인에서 일할 직원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조는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존속법인·신설법인으로 나뉘는 직원 간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지적재산권 사업을 주로 하는 더블유아이(WI)가 윈저 브랜드 인수자로 나선 것도 노조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가 윈저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99.5%를 80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최근 공시했다. 윈저 브랜드 전체 인수자금 2천억원 중 잔여대금 1천200억원은 이후 SPC가 상환우선주 발행과 외부차입을 통해 마련한다. 이 회사는 지난달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인수대금 대부분을 빚으로 마련하려는 셈이다.

김민수 위원장은 “정체불명의 사모펀드에 윈저 브랜드를 매각한다는 발표도 놀라웠지만, 유통업과 주류업에 아무런 경험도 없는 회사가 나타난 것은 더 큰 충격”이라며 “이 회사가 최대주주가 된다면 조합원이 어떻게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겠으며 또 향후 어떻게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노조는 성명에서 “조합원을 억압하고 사지로 내몰려 할지라도 당당히 끝까지 투쟁해 다시는 우리를 헌신짝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노조에 남은 길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매각 저지”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