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노정관계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민주노총은 21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부실한 노동공약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24일에는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집결하는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4월13일 서울에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연다. 한국노총은 21일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새 정부 노동정책에 대응한 올해 운동기조를 전면 재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당장 다음달 5일부터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다. 새 정부 노정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쟁 전열 가다듬는 민주노총
사업계획 다시 쓰는 한국노총
최저임금위는 당초 21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올해 최저임금 심의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다음달 5일 1차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이듬해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에 요청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사정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곳은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다. 윤석열 당선자가 선거기간 중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는 말로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법률 개정 없이 실현 가능하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시행한 것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단 한 번뿐이다. 당시 2개의 업종 그룹을 설정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했다. 이듬해부터는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했고 지금까지 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표 차 부결, 올해는?
그러나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 심의에 앞서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특히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에는 사용자측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의 경우 업종 차등적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용자위원 9명 중 4명이 퇴장해 표결에서 찬성 4표, 반대 17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2018년은 노동자위원 4명이 퇴장한 가운데 반대 14표, 찬성 9표로 부결됐다. 표결에서 사용자쪽은 전원 찬성, 노동자·공익쪽은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9년에도 재적위원 27명 중 찬성 10명 반대 17명으로 부결됐다.
그런데 2020년에는 찬성 11표에 반대 14표(기권 2표), 지난해는 찬성 11표에 반대 15표(기권 1표)로 공익위원들의 표심이 달라졌다. 2019년 정부의 최저임금법 개정 추진에 반발해 대부분 공익위원들이 집단 사퇴했는데, 그 뒤 보궐로 임기를 시작한 공익위원들이 활동한 상황이 반영됐다. 이들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공익위원 중 1명은 고용노동부에서 파견하는 상임위원이다. 새 정부 정책기조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는 대통령 당선자 ‘지시사항’이라는 무게까지 더해지면서 업종 차등적용 여부가 최저임금 심의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계는 “사업별 구분 적용을 허용한 최저임금법 4조1항을 아예 폐지하는 법 개정 투쟁을 올해부터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를 둘러싼 노사정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