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에게 시간외근로수당을 주지 않으려 ‘무늬만 휴게실’을 설치한 노인요양기관 대표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요양보호사의 야간휴게시간은 근로시간과 구별되지 않는 ‘대기시간’으로 봐야 하므로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요양보호사, 24시간 근무하고 이틀 휴식
휴게실이 입소자 방 앞, 야간에도 입소자 챙겨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근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인요양센터 대표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고양시 일산동구의 노인요양센터에 고용된 요양보호사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하고 이틀 쉬는 형태로 근무했다. 휴게시간은 최대 7시간(밤 10시 이후부터 다음날 새벽 6시 사이)으로 정했다. 근로계약서에는 ‘휴게시간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취침도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은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탈의실에 ‘휴게실’이라고 적힌 명패만 부착했다. 휴게실에 침상이 별도로 설치되지 않아 요양보호사들이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야간에도 입소자들의 상태를 챙겨야 했다. 게다가 밤 11시 이후에는 센터가 폐쇄돼 외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A씨는 노동부와 검찰 조사 결과 2014년 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근무한 요양보호사 B씨와 C씨에게 연장·야간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와 C씨는 각각 14개월분 급여 1천700만원과 1천6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사업주가 근기법 36조를 위반했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심 벌금 300만원에서 절반 감형돼 확정
법원 “휴게시간은 대기시간, 고의로 수당 미지급”
1심은 요양보호사들이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다며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 근로자들에게 보장된 야간휴게시간은 근로시간 또는 근로시간으로 간주되는 대기시간으로 봄이 타당하고,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요양보호사들은 시간대별로 근무와 휴게를 반복하는 형태로 야간근무조를 편성하기는 했다”며 “그러나 실제 휴식을 취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입소자들의 방 앞에 모여 휴식을 취하다가 요양보호가 필요한 경우 구역을 나눠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양보호사의 휴게공간이 사실상 없는 점도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휴식 공간은 입소자들의 방 앞 거실로서 근무 장소와 분리되지 않았다”며 “야간에도 요양보호 필요성이 큰 근무형태상 요양보호사들이 휴게시간에 본래의 업무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해 2심에서 벌금 150만원으로 감형됐다. 2심은 △범죄전력이 없는 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점 △수당 외 임금은 모두 지급된 점 등을 고려해 1심을 직권으로 파기했다.
다만 1심과 마찬가지로 휴게시간의 실질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 근로자들은 야간에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입소자를 보살피거나 수시로 기저귀를 갈아주는 배변보조 등의 업무를 지속해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대기하는 시간을 두고 휴게시간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야간휴게시간이 연장 및 야간근로로 인한 임금 지급 대상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책임을 부인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