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10년간 일하다 암이 발병한 청소노동자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나 오퍼레이터가 아닌 청소노동자가 직업성 암을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약 10년간 청소노동자로 일한 A씨의 암을 업무상 재해로 승인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같은해 6월에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A씨는 2010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아산공장에서 협력업체에 소속돼 청소업무를 했다. 입사 후 8개월 동안 클린룸(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생산공정 청정실)에서 주간근무를 했고, 이후 9년4개월 동안은 스목룸(smock room,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 작업자들이 방진복으로 갈아 입는 공간)에서 3교대로 일했다. A씨는 스목룸에서 바닥청소를 비롯해 방진복·방진화를 정리하고 세탁물과 폐기물을 수거·반출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복이나 장갑에 묻은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A씨는 아산공장에서 일하기 전에도 20년 넘게 불규칙적으로 야간·철야작업을 했다. 18년9개월간 미싱공으로 주 6일제로 근무하며 주 1~2회 이상 야간·철야작업을 했고, 24시간 격일제로 일하는 택시기사로 1년5개월간, 3교대근무를 하는 요양보호사로 1년5개월간 일했다.
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가 미싱사를 포함해 야간근무 이력이 20년 이상인 점,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청상병과 업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산재 승인으로 반올림은 그간 주목받지 않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의 청소노동자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올림은 “엔지니어나 오퍼레이터는 잘 알려져 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는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다양한 직종이 일하고 있다”며 “노출가능한 위험이 무엇인지, 피해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이번 판정을 계기로 피해사례가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전자산업 청소노동자 13명의 피해사례를 제보받은 상태다.
야간근무를 폭넓게 인정한 점도 주목된다.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교대근무가 아니더라도 야간·철야작업을 상당기간 했다면 질병과 연관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과거 미싱공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 폭넓게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