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전 세계적인 물가 고공행진으로 올해 임금협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양대 노총은 “물가가 4%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임금 대폭 인상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삭감 효과가 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정권 교체에 따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커 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OECD 1월 물가상승률 31년 만에 최고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3%대 후반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 석유와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회복과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다방면에서 작용한 탓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3.1%로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상향할 방침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으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고공행진은 세계적 현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지난 1월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2%로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소득분배개선분 등을 고려해 매년 임금인상 요구율을 제시하는데 올해 한국노총은 8.5%, 민주노총은 10% 인상률을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8.5%(월 정액임금 기준 환산액 31만3천596원) 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2018년 9.2%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노총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고려한 ‘노동자 임금인상분’ 5.3%와 ‘연대임금조성분’ 3.2%를 더해 임금 8.5%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대임금조성분은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비정규직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 등에 사용한다.


어느 때보다 높은 양대 노총의 임금인상 요구는 최저임금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은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회의에서 논의 후 결정한다.

임금체계 개편 둘러싼 노사정 충돌 우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올해 임금·단체협상은 임금인상 요구뿐 아니라 임금체계를 둘러싼 갈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기관과 금융권 노사관계가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공공기관노조 관계자는 “공공부문 임금인상은 매년 공무원 인건비 인상률을 적용해 갈등 소지가 적지만 올해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 드라이브를 걸면 노사갈등이 첨예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도 올해 임단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올해는 법 개정보다 정부의 지침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노동시간 유연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은 올해 공동임단투 지침에서 “사측이 인건비 절감이나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근무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