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기본 징역 2년6월에서 징역 4년을 구형할 수 있다는 검찰의 해석이 나왔다. 올해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없는 만큼 검찰의 구형기준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대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양형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사망사고 범죄 ‘징역 2년6월~4년’
사망·부상 중복시 중한 구간 적용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양형기준’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대검 공공수사부와 형사부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정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양형기준을 세웠다.

양형기준을 보면 중대재해 범죄에 대한 상·하한 구간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이 ‘7년 이하 징역’으로 상한선을 정하고 있는데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상한선이 없이 ‘1년 이상의 징역’을 하한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한 법정형이 징역 1년에서 징역 30년까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벌금도 최대 1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범죄의 ‘기본구간’은 ‘징역 2년6월~4년’으로 정했다.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치사죄의 기본구간(징역 1년~2년6월)보다 약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대검은 중대재해처벌법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1년 이상이 선고될 수 있도록 기본구간을 징역 2년을 초과해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는 징역 1년~1년6월이나 벌금 1천만~1천500만원을 기준으로 가중·감경 요인을 반영해 최종 구형량을 결정해 왔다.

부상이나 직업성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징역 1년2월~2년’을 기본구간으로 삼았다. 기존 업무상과실치상·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의 기본구간(벌금 250만원~징역 1년6월)보다 상향된 기준이다.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기본구간 상한선인 징역 10월보다 하한선을 높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가중·감경인자’ 기준도 별도로 마련했다. 구체적인 가중인자를 보면 △유사사고 재발 △사고 규모 및 중대성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 정도 △피해회복 및 구호조치 미흡 △동종전력 존재 등을 제시했다. 나아가 사망과 부상·질병이 중복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더 중한 기본구간이 적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감경인자에는 △사고 발생 경위 참작사유 △합의 및 피해회복 △진지한 반성 등이 포함됐다. 이를테면 노동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참여하는 등 시스템이 확립되거나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투입됐다고 인정되면 감경 요소가 될 여지가 있다. 다만 산업재해보험에 따른 보상 여부는 양형요소에서 제외했다.

사망사고 재발시 최대 ‘징역 45년’ 구형
법조계 “법정형 맞춰 구형기준 마련된 것”

특히 중대재해로 사망자가 또다시 발생해 기소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재범 가중 상한선으로 ‘징역 45년’까지 구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망사고 재범 상한선인 징역 10년6월보다 4배 이상 중한 처벌 기준이다.

검찰은 동종 범죄 전력이 있거나 안전보건수칙 숙지가 미흡한 때에는 가중인자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해자가 11명 이상 발생했을 때도 적용한다. 다만 피해자 또는 유족과 합의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감경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의 구형기준이 실제 재판에서 적용될 경우 경영책임자의 처벌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이 높아진 만큼 법원의 양형기준도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 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높기 때문에 이에 맞춰 구형기준이 올라간 것은 당연하다”며 “검찰이 안전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대법원이 양형기준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원도 관점을 전환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지난 1월 600쪽가량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를 만들어 일선 검사들에게 배포했다. 벌칙해설서에는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여부를 기준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업 총수도 특정 업무 집행을 경영책임자에게 지시하면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21일에는 중대재해 수사 방향을 논의하는 ‘대검찰청 중대재해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판사 출신인 권창영(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가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자문위는 검찰총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 해석과 양형인자 발굴, 중대재해 수사 관련 법 규정과 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 등에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