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저녁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며 “(국민의 뜻은)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간절한 호소”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인사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윤석열 시대’가 열렸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른 20대 대선에서 48.56%로 최종 승리자가 된 윤 당선자는 5년 만의 정권교체 주역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7.83%)와 격차는 0.73%포인트에 그쳤다. 역대 최소 표차다.

“철 지난 이념 멀리” 자유민주주의·법치 강조

윤 당선자의 첫 일성은 ‘공정과 상식’ ‘통합의 정치’였지만 더 들여다보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의 원칙 같은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민간 중심 경제로의 전환,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한미동맹 재건 같은 키워드도 제시했다. 남북관계에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 두긴 했지만 불법행위에는 단호한 대처를 하겠다고 변화를 시사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고통분담에 나서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불가피한 의회 소통, 야당 협치도 강조했다. 노동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윤 당선자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일하는 사람이 더욱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 갈등과 분열을 씻어 내고 국민이 하나 되는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새 정부 공백 없이 국정운영을 잘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당선자는 “많이 가르쳐 달라”며 “빠른 시일 내 회동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답했다. 양측은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21개월 만에 마주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윤 당선자는 한미동맹과 긴밀한 대북공조 기조를 확인했다고 국민의힘은 전했다. 윤 당선자는 통화를 마치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로 첫 공개 행보를 시작했다.

‘단일화’ 안철수 대표 공동정부 인수위원장 맡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에 관심도 모아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인수위원장 내정설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당선자 비서실장 내정설 관련 보도가 나오는 데 대해 윤 당선자는 “아직 인수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며 “빠른 시일 내 구상해서 국민 보기에 불안하지 않도록 빨리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신속한 합당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안 대표는 우리 당과 정부에서 중요한 도움을 주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당선자가 안 대표와 조율을 거쳐 이번주 안에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인선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르면 11일 안 대표와 만나 인수위를 비롯해 공동정부 구성, 합당과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권영세 사무총장이 거론된다.

윤 당선자 노동정책을 다듬은 인사들의 인수위 참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가 노동정책 개발에 참여했다.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도 후보 비서실에서 정책업무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출신 임이자·박대수·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노동정책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개별 근로관계·집단적 노사관계 후퇴” 우려

하지만 윤 당선자가 이날 국민통합과 노동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회통합이나 사회적 대화에 대한 메시지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윤 당선자 노동공약은 근로시간·임금 등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사회적 대화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과 업종, 지역에서 사회적 대화를 실효성 있게 자리매김하고 개방행정을 통해 고용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산적한 현안에 대해 노사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권한과 책임을 나누면서 간다면 사회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안철수 대표가 공동정부 인수위원장을 하게 되면 향후 국정과제에 안 대표의 (반노동) 노동공약이 포함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무시 못 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그렇게 노동시간·임금 등 개별적 근로관계뿐만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약에는 기본방향만 제시된 것”이라며 “당선자의 국민통합 메시지에 사회통합 메시지도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해단식을 한 데 이어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