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노동공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노동시장입니다. 기존 산업화 시대에 세팅된 고용노동시스템이 일자리 위기와 양극화를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청년고용 위기, 중장년 조기퇴직, 여성 경력단절이 심화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노동 4.0 시대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토즈모임센터에서 윤석열 당선자 노동공약을 설계한 유길상(69·사진)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유길상 교수는 국민의힘 20대 대선 선대본부 산하 지속가능한복지국가정책본부 고용노동정책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23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일했고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위원, 한국고용정보원장을 역임했다.

노동시장 경직적이면 취약노동자만 피해
근로시간·임금 유연화와 고용보장 함께 가야

-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게 된 배경은.
“어느 날 (윤 후보쪽 인사로부터) 공부 좀 시켜 달라고 연락이 왔다. 평상시 강의하고 연구한 내용, 철학이 윤 후보 가치와 맞다고 생각해서 도와 달라고 했다. 고용노동정책분과에서는 저와 철학과 가치를 같이하는 전문가 등 20여명이 함께했다.”

- 대선기간 윤석열 당선자는 노동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 노동공약이 반영되는 정도로 공개됐는데, 이유가 뭔가.
“이번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노동 분야 이슈를 안 만들려는 분위기였다. 선거판에서는 인기가 없고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 분야인 데다, 메시지 전달이 어려우며 노사 주장이 부딪치는 폭발력이 강한 이슈이다 보니 다들 조심스러워한 듯하다. 윤 당선자는 당초 지난해 12월 말 노동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선대위 (해체) 사태’가 터지면서 미뤄졌다. 그 뒤에 몇 번 발표 일정을 잡았다가 정치 일정이나 현장행보를 이유로 뒤로 밀렸다. 또 우리가 준비한 노동공약이 많았으나 정책공약집에서는 추리다 보니 많은 공약이 빠진 채 공개됐다.”

- 윤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에 부정적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윤 당선자 노동공약은 근로시간·임금 유연화가 기본 기조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모든 게 경직적이면 시장에서는 일자리를 안 만든다. 경제학 기초이론이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면 일자리 미스매치, 청년실업, 조기퇴직 등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인 노동자에게 온다. 강자는 귀족노조 중심으로 보호하고 자기이익을 극대화한다. 뭐가 정의와 공정, 상식에 맞는가. 선진국에서는 근로시간·임금을 유연화하고 고용보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는데 우리만 반대 방향으로 간다. 그 결과가 뭔가. 일자리 참사다.”

유 교수는 “노동계 우려를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직적으로 세게 규제와 처벌을 하는 ‘착한 정책’으로 포장된 많은 정책이 가장 약자를 시장에서 내몰게 된다”며 “주 52시간제, 근로시간단축을 해야 하지만 과속하면 결국은 보호받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만 있어도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두고 청년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은 자기 직군이나 연령에 맞는 공정한 것을 요구하는데 기존 법은 모든 것을 똑같이 적용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직군·업무·세대별 근로시간 선택권 요구돼
“건강권과 유연화 동시에, 포괄임금제 폐지해야”

- 윤 당선자의 대표적 노동공약이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 회피수단이란 지적이 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시대다. 일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바뀌는데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것을 가져다 쓰라는 것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에 몸을 맞추라고 하는 격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하는데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으로는 어렵다. 좀 더 자기 형편에 따라 유연하게 하면서 ‘시간 주권’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근로자 성향에 맞게, 자기 직군과 업무·세대·사업장별로 다양하게 터 주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건강권과 노동권을 기본적으로 보호하면서 자신의 형편과 세대 간 변화에 맞게 하자는 것입니다. 시장 수요가 폭증하면 초과근로를 조금 했다가 저축해서 연간 단위 휴가나 주 4일제로 활용하거나 보상을 받게 하자는 것이지, 주 52시간제 후퇴가 아닙니다. 노사가 같이 이득을 보자는 것이죠.”

- 하지만 지나친 집중노동과 임금손실, 과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크다.
“근로시간단축은 트렌드다. 노동자가 너무 과로해서도 안 된다. 다만, 너무 (근로시간단축을) 과속하면 노사 모두 적응하지 못한다.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이 건강권이다. 우리가 연속근로 관련 11시간 휴식권 보장을 같이 가져가는 이유다.”

- 윤 당선자가 선거기간 주 120시간 노동을 언급한 게 상징적이었다. 포괄임금제와 선택근로제가 만났을 때 공짜노동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건 어느 벤처 사업가가 120시간을 극단적인 사례로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일반화하자는 게 아니다. 노사가 원할 때 유연화하되 건강권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

- 시간선택형 정규직은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했다가 실패한 정책으로 분류된다.
“박근혜 정부처럼 하면 안 된다. 또 다른 시간제 비정규직을 만들었다. 풀타임 근로자가 원할 때 시간제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사람수로 정원 관리를 하지 말고 ‘맨아워’로 관리해야 했다. 풀타임으로 들어와서 10%만 시간제를 선택해도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념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노동자, 기업에 뭐가 도움이 되는지 봐야 한다.”

“임금위원회서 합리적 직무 시장임금 연구”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추진

-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노동계 반발이 예상된다.
“연공급은 대기업·공공기관·공무원에겐 이득이다. 얼마나 안정적인가.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 임금체계 개선과 함께 정년연장이나 고용연장을 해서 총 근로소득을 늘어나게 할 거냐, 아니면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그만둬 급전직하로 떨어져 노후빈곤으로 갈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다. 무엇이 공정한 임금인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 임금이 어떤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기득권이 다 먹으면 (청년이) 새로 들어가지 못한다. 우리 아들딸, 미래세대 문제다. 사회적으로 같이 고민해야 한다.”

-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임금 사실관계 등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원하는 직군·세대부터 합리화하고, 장년층은 더 논의해서 퇴직연령을 늦추면서 임금유연화를 할 것인지 선택하게 하고, 개별 사업장이 알아서 할 수 있게 룸을 만들어 줘야 한다.

사회적으로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을 이야기하는데, 뭐가 동일가치 직무인지 따질 수밖에 없다. 따져 보자는 거다. 그것을 베이스로 해서 어느 기업에서 일하든 이 업무가 사회적 합리적 시장가격이다. 그래서 임금위원회를 만들어서 연구하고 어느 것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다른 직무와 비교해서 만들자는 것이다.”

- 윤 당선자는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공약으로 플랫폼종사자·1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한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보장 법제화를 약속했다. 상대 후보들은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제시한 바 있다. 어떤 형태의 법제화를 구상하고 있나.
“글로벌 환경 변화, 4차 산업혁명 등 완전히 (노동시장이)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산업화 공장법에 맞춰 확대하려다 보니 플랫폼·프리랜서·자영업자 등 노동자 속성을 가진 회색지대를 보호하지 못한다. 그들을 포용하기 위해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으로 거의 의견을 일치를 보는 것 같다. 전통적 노동법에서 보호하지 못하는 회색지대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니 그에 맞는 법을 만들고 근로자 대표제도를 만드는 등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다. 근로자성이냐 아니냐로 따져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진보는 노동2.0체체를 적용하겠다고 하니 안 맞고, 보수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호를 소홀히 한다. 그러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최소한 건강권·인권·모성보호·갑질예방 등 기본적 인권 부분을 보호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거기에서 플러스마이너스 하면서 논의하면 자연스레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 노동자다, 아니다 따지지 말고 일단 보호하자.”

-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에 관한 입장은.
“원칙적으로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법 적용하는 게 맞다. 그게 기본방향이다. 다만 영세사업장은 현실적으로 준비 안 된 게 많다.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사람을 쓰지 않는다. 현실적 어려움을 같이 고려하면서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인프라를 깔아 줘야 한다. 그동안은 사용자에게 교육을 안 했다. 이런 투자도 안 했다. 그러면서 건강권과 안전 부분은 먼저 하고 근로시간은 근로시간제 합리화부터 먼저 한 뒤 적용하자는 것이다.”


상시지속·생명안전 업무 직접고용 원칙 찬성
“최저임금 법대로 숙의 통해 적정 인상해야”

- 정책공약집에는 비정규직 정책이 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원래 있었는데 공약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막판에 빠졌다.”

윤 당선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질의서 답변을 통해서 상시·지속 및 생명·안전 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정규직 원칙에 찬성하되 법제화(의무화)하는 데에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 밖에도 △비정규직 고용불안정 수당 지급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처우 법규정 폐지(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차별시정 신청권자 범위 확대 △도급-파견 구분 법제화 통한 위장도급 방지 △위험의 외주화 금지 확대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개최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기조는.
“비정규직 문제는 선악의 문제로 접근하면 해법이 없다. 시장이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시장 기능에 따라 한시적으로 쓰는 건 인정하지만 상시·지속 및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비정규직 사용을 남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남용 원인을 보면 정규직 시장 경직성이 있다.”

- 비정규직 남용을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정규직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쓰면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제로’ 한다니까 비정규직이 확 늘어나지 않나. 정규직을 쓰는 분야에 비정규직을 쓰면 비용부담을 많이 늘리는 것, 예컨대 고용보험료를 많이 내게 하거나 정부조달이나 정부협력에서 불이익을 줘 가급적 정규직을 많이 쓰는 게 낫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또 정규직이 언제든 시간선택을 하게 해서 정규직 일자리를 늘려 주고 비례원칙으로 근로시간단축을 하게 하는, 근로자가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선택하게 문을 열어 주면, 정규직을 더 사용하지 비정규직을 더 사용할 요인이 줄어든다.”

- 윤 당선자는 선거기간 최저임금보다 낮은 조건에서 일할 사람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은.
“최저임금은 적정하게 계속 인상하는 것이 맞다. 문재인 정부에서 너무 급격하게 올리면서 시장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공포심으로 사람을 안 쓰고 자동화에 투자하면서 결국 고용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충격적인 방법으로 하면 안 된다. 경제학적으로 생산성 증가분대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충격이 없다. 최저임금법에서 정한대로 하면 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여러 조사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을 정하고, 노사 및 공익위원이 논의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적정선을 제시해서 합리적 수준을 도출하면 된다.”

- 재계는 지역·업종별 구분 적용을, 노동계는 산입범위 정상화를 요구한다. 최저임금제 개선에 대한 입장은.
“최저임금위에 제도개선과 관련한 시스템이 있다. 거기서 논의하면 합의점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지역·업종별로 차등화하고 밀어붙이면 노동계가 반발하고 투쟁하지 않겠나. 더구나 지역별로 차별화한다고 해서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 될 것도 안 된다. 그 안에서 합리적으로 논의하면 된다. 길게 보고 숙의와 협치하면서 합리적 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선자도 인위적 억제나 상승보다 상식에 입각한 최저임금 적정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했다. 상식에 안 맞는 입법 폭주는 한계가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 하되 제3의 대안도 제시
근로자대표제도로 미조직·비정규 목소리 대변

- 윤 당선자는 저임금 취약노동자 사회안전망으로 한국형 상병수당, 근로장려세제 완화, 부모 육아휴직 기간 확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선별적 복지를 강조한다.
“현 정부 복지정책은 국민이 의존하게 하는 현금복지 위주다.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현금복지를 두텁게 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할 기회, 일할 능력을 키워 줘 스스로 자아실현·자립을 하게 하는 게 윤석열 복지의 철학이다. 취약계층은 두텁게 지원하면서 사회서비스와 고용안전망은 보편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일차적으로 가져가되, 들어오기 싫은 사람도 있어서 제3의 대안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럴 경우는 싱가포르처럼 업종별·지역별 공제제도나 개별적 실험보험 계좌제 같은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말하자면, 고용보험과 실업부조 사이 1.5 안전망인 셈이다.”

-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는 노사자율(참여협력적 노사관계)과 법과 원칙(노조 불법행위 엄단)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조직화하고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한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와 단체협약 효력 확장 같은 노조할 권리 보장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근로자대표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 노조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대표제도를 활용해서 노조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근로자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내고 교섭과 협상을 기업·업종·초기업 단위에서 하게 하는 내용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 시스템을 어떻게든 만들겠다.”

- 사회적 대타협, 사회적 논의, 사회적 공론화 등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할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공약을 제시했지만 결국 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에는 노사정 대타협이 요구된다. 법 개정 사항이니 여야, 노사가 동의해야 한다. 논의하다 보면 당장 합의할 수 있는 것, 아직까지 쟁점이 많은 것으로 구분될 것이다. 쟁점이 많은 것은 뒤로 미루고 당장 합의할 수 있는 것은 하자는 것이다.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 같은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부터 협치하자는 것이다.”

- 사회적 대화기구와 중층적 사회적 대화에 대한 구상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법적 기구로 있다. 거기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면 된다. 결국 사회적 대화,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치고 여야가 대타협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풀릴 수 없다. 보수도 진보도 과거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이념적으로 말고 합리적으로 미래를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 미래를 어떻게 풀지 사회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앙차원의 경사노위 이외에도 지역과 산업·업종·세대별로도 다양한 채널을 작동하면서 가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아닌 불확실성 제거”
정의로운 노동전환 위한 중층적 거버넌스 구축

- 윤 당선자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후보 시절 경영책임자 처벌보다 예방을 강조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범위를 좁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해 왔다.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우려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라니 잘못 전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여야 합의로 입법화했다. 당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졌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다만 불확실성을 높게 하면 사업주가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 무엇이 처벌 대상이냐를 두고 언론도 정부도 헷갈려 한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으면 공무원 일자리만 만들고 로펌만 돈 벌게 한다. 사법적 리스크가 크면 기업은 한국을 떠난다.

법 개정을 곧바로 하는 것은 사회적 숙의가 필요해 쉽지 않다. 우선은 불확실한 부분을 시행령에서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지 이제 채 두 달도 되지 않았다. 산재를 줄이자는 공동 목표가 있으니 노사와 전문가가 공동으로 평가하면서 불합리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 그전에 안전문화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해야 한다. 법 만능에 빠진 면이 있다.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노사가 협력해서 교육부터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업주 처벌 접근만으로는 안 된다.”

- 디지털·탄소중립에 따른 산업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위협은 현실화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에서 당사자인 노동자 등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과 산업·업종·지역 수준의 사회적 대화, 단체교섭 등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입장은.
“원래 공약으로 다 준비했던 거다. 다 동의한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일자리 위험이 커지는 데에 국가적으로 산업별로 사업장별로 인프라를 잘 갖춰 나가야 한다. 현재 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데 세팅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보완해 나가야 한다. 고용노동 차원에서는 별도의 탄소중립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각 지방고용노동청, 사업장에서도 별도로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직접 피해를 보는 협력업체를 포함해서 어떤 이슈가 발생하는지 현장에 맞게 해야 한다. 중앙에서 무엇을 지원할지 종합적으로 사전 예방부터 사후 지원까지 세트로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면 타 부처 지원도 받고 별도의 기금도 설치해야 한다.”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곧 출범을 앞두고 있다. 노동 분야는 어떻게 논의되나.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다. 정책공약집 이외에도 인수위 버전으로 디테일하게 노동공약을 남겨 놓은 게 있으니 인수위가 구성되면 그것까지 같이 논의될 것이다.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프로세스와 주무부처 의견을 듣고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는 당선까지 지원했으니 적어도 연속선상에서 논의하는 데 당연히 지원할 것이다. 결국 성공한 정부가 국민에게 도움되고 다 같이 번영하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