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8개 가운데 7개를 비준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입지가 달라졌다. 1991년 ILO 가입 이후 30년간 기본협약 비준 압력을 받았던 한국 정부는 이제 미국 정부를 향해 “ILO 기본협약 비준 계획을 알려 달라”고 촉구하는 위치에 섰다. 미국은 지금까지 105호 강제노동 폐지 협약과 182호 아동노동 금지 협약 2개만 비준한 상태다.
고용노동부와 미국 노동부가 26일과 27일 이틀간 ‘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노동협의회’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한미FTA 19장인 노동장은 ILO 기본협약을 국내법과 관행으로 채택·유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양국 고위공무원(국장급)으로 구성된 노동협의회에서 이행에 관한 사항을 협의한다. 이번 노동협의회는 2013년 1차 노동협의회가 열린 지 9년 만에 열린 회의다. 한미FTA 체결 10주년을 기념하고 노동장에 따른 당사국의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미FTA 19.5조는 노동협의회 개최시 대중과 회합할 수 있는 회의시간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6일에는 정부 간 협의가, 27일에는 대중공개세션이 진행됐다. 정부 간 협의에서는 양국 정부가 한미FTA 노동장 이행을 위한 조치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공동 협력 분야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미국 정부는 한국 국적 원양어선에서 노동권 보호 증진 조치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일 발효된 ILO 3개 기본협약 비준 경과를 발표하고 미국쪽에 ILO 기본협약 비준 현황과 계획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 노길준 노동부 국제협력관은 “이번 노동협의회가 노동권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테아 리(Thea Lee) 미국 노동부 국제국 부차관보도 “노동권 증진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양국은 노동 관련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ILO와 공동으로 방글라데시 봉제산업에서 여성노동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와 연수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