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 폐기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기재부가 예산운용지침으로 금융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를 사실상 규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에도 반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9일부터 20일까지 금융기관 종사자와 시민을 대상으로 기재부 예산운용지침 폐기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한다고 8일 밝혔다.
노조는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은 헌법상 기본권임에도 기재부가 법률이 아닌 지침으로 이를 무력화한다고 비판했다. “비민주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행태를 일삼아 헌법이 보장한 공공기관 직원의 단체교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기재부는 공무원과 별개인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해 자신들(공무원)에게 적용하는 인건비 기준을 일방적으로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에 반영하는 등 공공기관에 불합리한 행정지침을 남발하고 지침 준수 여부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국회가 지난해 비준한 ILO 기본협약에도 위배된다고 봤다. 국회는 지난해 2월 ILO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을 비롯해 3건의 기본협약을 비준했다. 노조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공공서비스 종사자는 98호 협약에 따른 단체교섭권을 완전히 향유해야 하고, 입법기구(국회)가 예산을 통제하더라도 노사 자율로 체결하는 단체협약에 정부기구가 재정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협약 위반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공부문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정부 승인을 요구하는 경우는 협약 위반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헌법 위반과 ILO 협약 위배 소지에도 기재부가 마구잡이로 공공기관 대상 지침을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공공기관운영법이 위임하지 않은 일반 노동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 직원의 일반적 복리후생과 처우까지 광범위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통해 기재부 권한 남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공공부문 산별연맹인 공공노련·공공연맹과 함께 2월 헌법재판소에 예산운용지침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