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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연맹 김동명 위원장 인터뷰] 동등한 정책 파트너’가 한국노총과 차기 정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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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63회 작성일 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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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정책 파트너가 한국노총과 차기 정부의 관계
  

“박빙의 대선, 한국노총 영향력 극대화하기 좋은 조건”
[인터뷰]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코로나19, 기후위기, 산업전환 등. 한국사회는 복합적 위기를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좋은 일자리와 안전한 노동, 든든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끝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 기후위기 등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과제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자칫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해결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 김동명 위원장은 대선 후보와 정책연대를 통해서 복합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책연대와 그를 통한 한국노총의 개입이 노동 현안을 해결할 유효한 수단이란 게 김동명 위원장의 생각이다. “차기 정부는 한국노총과 ‘동등한 정책 파트너’로 관계를 맺고 위기 극복에 힘써야 한다. 노동도 책임질 건 책임지겠다.”

*인터뷰는 1월 19일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1노총 지위 회복,
한국노총의 노선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것“

- 3년 만에 1노총 지위를 회복했다.

무엇보다 한국노총의 노선을 인정받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한국노총의 지향점을 인정했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중시한다. 또 다양한 노정 교섭 채널을 만들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실익을 보장받는 노선을 지향한다.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만큼 큰 책임감을 느낀다.

- 위원장 임기를 시작하고 2년가량 지났다. 1노총 지위 회복 외에 주요 사업성과를 꼽자면?

눈에 보이는 성과는 아무래도 입법 부분이다. ILO기본협약 비준, 중대재해처벌법과 가사노동자법 제정,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성과를 이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를 차질 없이 출범시킨 것이다. 산업이 급격히 전환하면서 플랫폼노동 등 비정형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조직노동 밖에 많은 노동자들이 있는데,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나 보호 장치는 열악하다. 비정형 노동자의 자주권과 기본권을 지켜내기 위해서 한국노동공제회를 만들었다.

물론 법으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어려운 상황이라면 노총이라도 나서서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하나로 규합해서 스스로 목소리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과 함께할 때 조직노동도 자기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한국노동공제회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 노동조합이 나서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비정형 노동자를 보호하거나 권리를 찾기 어렵다고 보는가?

다수의 취약 계층이 벼랑으로 내몰리면 사회가 불안정해지니 정부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법으로 명확하게 보호하려는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지원을 한다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많다. 정책을 적극 활용해서 지원을 강화하고 보호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편 사용자는 이윤추구 관점만으로 접근한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서도 ‘자영업자 다 죽는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노동자의 열악함을 권력과 사용자의 아량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노동자가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를 헤쳐 갈 때만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박빙의 대선,
노총 영향력 극대화하기 좋은 조건”

- 한국노총은 집권 여당과 정책연대협약을 맺었지만, 이러한 정책연대가 과연 효과적이냐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후보가 한국노총을 방문했을 당시 위원장은 ‘5년간의 외사랑’이라며 여당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책협약 중 아주 중요한 부분을 지키지 않아서 ‘외사랑’이란 표현을 썼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소명했어야 하는데, 그런 성의가 부족했다. 무용론, 배신론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효과를 떠나서 정책연대는 해야 한다. 노동을 보호하는 유효한 수단이란 관점에는 변함없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를 맺음으로써 요구를 공약화할 수 있었다. 입법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ILO 기본협약 비준, 가사노동자법 등도 제정됐다. 고위급 정책협의, 노동존중실천단 등을 만들어서 요구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를 강화해서 사회적 합의의 틀을 갖춘 것도 성과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니 정책협약은 무용하다’는 단순 논법으로 갈 게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살펴야 한다.

- 위원장은 그 원인을 뭐라고 진단하는가?

선거 때는 힘이 있지만, 끝나고 나면 협약을 관철할 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선거 국면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노동의 영향력을 관철할 힘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 일상적으로 정치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제언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약속이 틀어지면 언제든지 조직의 힘을 모아서 결정권자를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노총이 정치 지향적이고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지만, 필요하다면 조직의 힘을 드러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정권을 강하게 흔들만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 꼭 집회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강력한 여론을 형성하면 협상을 통해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 한국노총은 27일 열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대선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정책연대의 원칙은 무엇인가?

먼저 한국노총 현장의 요구가 반영돼야 하고, 절차적 문제가 없어 조직간 갈등을 불러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지지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은 노총의 정책 요구에 대한 공약화와 국회에서 노동계 요구 입법 발의 및 제·개정 현황 등이다.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중앙정치위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자료로 제출할 것이다.

- 믿음 가는 후보가 있었나?

아직 믿음을 말하긴 섣부르다. 가능성을 보여준 후보는 있었다.

-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선을 두고 “한국노총의 정치적 역량을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대선 시기에서 당장 실현 가능한 것들은 미래의 약속이 아닌 현재의 실천으로 답하게 하고, 대선 이후에도 공약을 실천할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박빙인 상황은 노총이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좋은 조건이다. 노동자의 지지가 대선 후보들에게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이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명제가 깨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 총연맹에서 정책연대를 선언하기 전부터 정책협약과 지지를 표명하는 산하 조직도 있다.

산별 노동조합은 산별대로의 정치 영역이 있으니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산별에서 먼저 지지를 선언했더라도, 노총 차원에서 의견을 모아서 정책연대를 맺을 정당과 후보를 선택했다면 그게 조직의 최종 결정이다. 미리 가든 늦게 가든 노총의 영향력이 훼손되진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할 자신 있다.

- 차기 정부는 한국노총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는가?

차기 정부는 코로나19, 기후위기, 산업전환, 인구절벽 등 복합위기 상황을 해결해야한다. 노동자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정책만으로는 이런 복잡다단한 상황을 돌파하기 어렵다. 한국노총과 ‘동등한 정책 파트너’로 관계를 맺고 위기 극복에 힘써야 한다.

‘동등한 정책 파트너’란 표현에는 노동도 책임질 건 책임지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더는 일방적으로 요구할 게 아니라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책임 있게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권력의 힘에 밀려서 양보하면 비참하지만, 스스로의 판단으로 질서 있게 양보하고 필요한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건 노동으로서의 자존심이고 당당함이다. 힘이 있어서 자신감을 갖고 하는 얘기다. 차기 정부의 모든 정책을 한국노총이 영향력 있게 견인하도록 강력한 채널과 신뢰를 구축하겠다.

“커져가는 지역 노동운동의 중요성,
중앙과 지역 간 선순환 구조 정착 바란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 대선 국면에 들어서며 지역 정책의 일환으로 ‘상생형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혼재한다. 상생형 일자리에 관한 위원장의 의견을 들려 달라.

지역 상생형 일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월급이 낮다는 견해가 있는데, 광주 지역 청년들과 대화해보면 ‘결코 싼 일자리가 아니다’, ‘지역엔 그런 일자리 절실하다’고 말한다. 또 처음 걱정과 달리 광주지역본부 등에서 집요하게 투쟁한 결과 글로벌모터스에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일단 일터가 생기면 노동조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초기부터 자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줬다. 광주시가 나섰지만 현대차 자본의 협상력에 밀렸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상생형 일자리의 전제는 노동의 참여다. 정부가 일자리를 설계할 때 노동의 참여를 보장해야 자본의 과도한 이득을 제어할 수 있다. 그래야 ‘노동자의 권리를 깎아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 지역에선 “노총이 지역본부 활성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와 닿는 대책은 없다”는 말도 들린다. 이러한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노총 지역본부가 중앙으로부터 독립된 구조이기도 하고, 지자체와의 관계나 재정 문제 등으로 인해 지역본부 마다 편차가 있다.

그러나 지역본부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지방자치 확대로 지역에서 해야 할 사업이 많아지고 있다. 선거도 지역 단위로 개입할 수도 있고, 지역의 특수한 문제를 지역 노동운동으로 풀어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조직 확대와 1노총 위상 강화를 위해 지역본부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예산상 한계로 전체 지역본부에서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조직 확대 담당자를 채용하여 일정 기간 급여를 지급하고, 지역상담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위원장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지역본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중앙의 정책과 활동을 같은 목소리와 모습으로 지역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그에 더해 지역만의 특징을 살려서 모범이 되는 활동 사례를 만들어 내면, 중앙에서 그걸 받아 안아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길 바란다.

- 마지막으로 위원장으로서 2년간 이끌어온 한국노총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80년 가까운 역사 동안 조직을 유지해온 것은 한국노총만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역사 탓에 한국노총은 ‘어용’이란 말을 들을 때도 있다. 누군가는 ‘부정부패’란 단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지도자들의 잘못된 행태가 있을지 몰라도, 제가 와서 본 한국노총은 현장이 굉장히 건강한 조직이다. 조합원들은 격렬하진 않더라도 꾸준하게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지도부가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을 위해서 솔선수범하고, 작은 약속도 지키면서 현장과 깊은 신뢰를 쌓아간다면 앞으로도 한국노총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고 계속 영향력 있는 단체로 존속할 것이다.

그간 김동명 위원장은 ‘노동존중사회’를 얘기했다. 총연맹 위원장으로서 한 얘기였으나, 임기 내내 끈질기게 ‘노동존중사회’를 강조한 개인사는 없는지 궁금했다.

- 노동자 스스로 단결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자로서 처음 사회에 발을 디뎠을 때 위원장은 어땠나?
처음 취직한 공장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열악했다. 노동자를 이일 저일 다 시켜도 되는 소위 ‘막일꾼’ 취급했다. 저임금은 물론, 업무를 마치면 지저분해진 몸을 씻을 곳도 없었다. 정말 노동조건이 취약한 사업장이었는데, 불만은 없었다. 당시 노동에 관한 인식이 전무했다. ‘고달프고 월급이 적으면 내가 그만둬야지’, ‘저 사람 돈으로 날 고용했는데 내가 못난 탓이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곳의 다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마따나 회사를 그만뒀다.

- 노동에 관한 인식이 전무했는데,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첫 직장에서 퇴직 후 조금 나은 회사로 이직했다. 처음 일 년은 열심히 일했는데, 차별은 참기 어려웠다. 현장직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이 일상에서 드러났다. 같은 나이인데도 사무직과 전문직은 깍듯하게 호칭을 불러주고 내게는 무례하게 대했다. 책상도 뒤집어엎고. 싸움박질하고, 혼자 파업도 주도했다. 사춘기처럼 많이 앓았고, 혼자 투쟁하던 끝에 노동조합을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느꼈다. 노동조합 위원장이 된 이유도 그래서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사업장에서 누구도 나를 비롯한 노동자를 모멸적으로 대하거나 차별하거나 건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다.

- 차별은 여전하다고 생각하나?
현장직에 대한 차별이 상당 부분 해소되거나 역전됐다. 요즘은 오히려 ‘생산직만의 노조’라는 불만이 많다. 사무직이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면, 그 문제도 곧 해결될 거로 본다.

- 사회적 시선도 나아졌다고 보는가?
사회적 시선은 여전한 것 같다. 과거와 달리 교묘하게 표현될 뿐이지, 아직 편견 자체가 바뀌진 않은 것 같다.

- 노동조합이 차별적 시선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문화적으로 오랜 시간 편견이 축적되어서 쉽진 않겠지만, 노동이 힘을 가지는 순간 상대는 존중을 표할 수밖에 없다. 가식이든 두려움이든 존중이 몸에 배면 사회적 편견도 점차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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