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이 크게 달라진다. 그동안 반나절 사업장을 돌면서 수십·수백건의 과태료를 물리는 이른바 ‘적발식’ 근로감독이었다면, 앞으로는 본사와 원청 중심으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내실 있게 이행되는지를 살피는 예방 중심 감독으로 바뀐다.
노동부는 앞으로 2명 이상 사망하거나 1년간 3명 이상 사망한 경우 특별감독을 실시한다. 재해가 난 사업장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 본사와 소속 모든 현장에서 특별감독 결과가 이행되도록 감독 대상을 기업 단위로 전면 확대한다.
고위험 사업장 2만3천여곳 특별관리
노동부는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2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우선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 사업장을 특별관리한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명(건설공사는 50억원) 이상 사업장 가운데 최근 5년간 재해 현황과 위험기계 보유 등 여러 가지 유해·위험 요인을 고려해 2만3천여곳의 고위험 사업장을 추렸다. 건설현장 1만1천곳, 폐기물 처리업종 등 1만2천곳이다. 이들 고위험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방노동관서·안전보건공단·민간 재해예방기관이 협업해 점검하고 안전관리가 불량한 사업장은 엄정한 감독을 실시한다.
근로감독 점검표도 달라진다. 법령 준수 여부를 파악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준수상태가 산재예방을 위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살피는 식이다. 예컨대 안전보건교육의 경우 대상 노동자에게 교육 내용을 물어 핵심 사항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평균 0.5~1일이던 감독기간도 평균 2일 이상으로 늘린다. 감독 결과는 반드시 본사 대표이사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특별·기획형 감독은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타깃은 본사·원청
사망사고 건설사 원·하청 전국 현장 작업중지
이번 근로감독의 칼날은 사업장이 아니라 기업을 겨눈다. 노동부는 “사망사고 다발 기업은 재해 발생 현장은 물론 해당 기업의 다른 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만드는 데 감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하청 재해가 빈발하는 원청을 중심으로 원청이 하청노동자에게 충분한 안전조치를 했는지 여부를 집중 감독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 △수급인에 대한 안전보건정보 제공 △도금작업장의 도급금지 △황산·질산 등 취급설비 내부작업 등에 대한 사전도급승인 의무 등을 살핀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사후감독을 통해 재발을 막는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전국 원·하청 현장과 본사 감독을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1천곳 종합건설업체와 4년간 2건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전문건설업체가 대상이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로 재해 발생 사업장뿐 아니라 본사와 다른 현장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해 동일 위험요인 제거에 초점을 맞춰 감독을 실시한다. 그동안 사후감독이 중대재해 발생 1주일 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수사가 마무리된 후 불시 감독 방식으로 유해·위험 요인이 제거됐는지를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서 ‘구속영장 신청’ 대상이 되는 2명 이상 사망자를 낸 사업장에는 특별감독이 실시된다. 감독 대상을 기업 단위로 확대해 해당 기업 소속 모든 현장에서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이행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전국 170여개 건설현장을 운영 중인 현대건설에서 2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170개 전국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이 이뤄지는 형태다.
양현수 노동부 안전보건감독기획과장은 “(이번 근로감독 종합계획은) 안전관리체계가 본사 중심으로 기업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가동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사망사고가 재발할 수 없도록 감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