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노사가 조만간 단체교섭을 시작한다. 70년 무노조 경영의 이 회사에 원만한 노사관계가 정착할지 주목된다.
16일 CJ제일제당노조(위원장 강상철)에 따르면 노조는 늦어도 다음주에는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다.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인상, 노조활동 보장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 6월께다. 진천BC사업장 노동자 4명이 의기투합했다. 1월 설립총회 후 양대 노총에 각각 도움을 요청했다. 내부 논의를 거쳐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으로 정했다. 한국노총 조직본부와 식품산업노련이 노조설립 등을 도왔다.
노조설립 계기는 임금 문제가 가장 컸다. 식품제조업 업계 1위이지만 처우는 동종유사 업종 기업보다 낮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신입직원과 근속직원의 임금이 역전되는 임금체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컸다. CJ제일제당은 매년 개인 고과에 따라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신입직원 연봉은 매년 소폭 인상하는 데 반해, 근속한 노동자는 낮은 고과를 받으면 임금인상이 되지 않는다.
노사협의회인 열린협의회의 불투명한 활동은 회사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교섭 안건에 대한 의견수렴은 없고 결과만 통보받는 식으로 운영됐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이달 8일 설립신고를 하고 14일 신고증을 받았다. 신고 당시 4명이었던 조합원은 출범 1주일 만에 수백명을 넘고 있다. 진천BC사업장을 비롯해 부산·인천·양산·논산·서울 영등포와 본사, 연구소 등 전국 사업장에서 직종을 가리지 않고 가입하고 있다. 노조 출범 소식을 전해 들은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노조는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출·퇴근, 중식 선전전과 설명회를 기획하고 있다.
사측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린협의회 명칭을 ‘더열린협의회’로 바꾸고 대의원을 직접투표로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가 설립된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한 것과 비슷한 노조 배제 논란이 CJ제일제당에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조합원 가입이 늘고 있고 설명회와 선전전을 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이 가입하는 원인과 바람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와 간담회를 하고 이를 토대로 교섭에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