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교원·공무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관련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반발로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가로막히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서라도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재명식 민주당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필요한 일들을 신속하게 해내고 결과물로 답하겠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한국노총과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새로운 민주당 1일 차’를 강조하며 내놓은 계획과 발언이다.

김동명 “달콤한 공약보다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이 중요”
이재명 “야당 반대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히 처리”

정책간담회 개최 전 한국노총 내부 분위기는 냉랭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대선에서 정책연대협약을 맺은 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길을 잃지 않도록 때로는 견제와 개입, 때로는 투쟁과 협상으로 파트너의 역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한다”며 “지금쯤이면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왜 하지 않느냐는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가 빗발치는 게 당연한 결과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약속한 노동공약을 이행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반대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집권 후의 달콤한 공약 100가지보다 현재의 위치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즉각적인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약속조차 지키지 않아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외사랑을 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는 말씀에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마음먹으면 할 수 있었던 일, 타당한 일이고 더불어민주당의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한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어 보인다”고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이 약속한 현안 중 실행하지 않은 대표적 정책으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교원·공무원 타임오프제 도입 문제를 꼽았다.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에 줄곧 요구하고 있는 현안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가능하면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고,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선대위는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처리해 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교원·공무원 타임오프제에 대해 이 후보는 “왜 안 하는지 의문”이라며 “단체행동권도 인정해 주지 않는데 아예 법률로 (노조) 전임을 할 수 없게, 휴직하게 만드는 제도는 신속하게 시정돼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처리할 수 있으면 처리하는 것이 좋겠고, 만약 상임위 상황이 그렇지 못하면 당론을 정하고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 절차를 밟으면 (한국노총이 품은) 불신이 완화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간담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 정치방침 논의 영향 미칠까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논의를 거친 결론이다. 한국노총이 대선 지지 후보를 정하는 정치방침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동이사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도입한다.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교원·공무원 타임오프제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개정해야 도입할 수 있다. 법률을 소관하는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이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고 있다. 여당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환노위원장을 국민의힘이 하고 있어서 법안소위를 동의하지 않으면 단독으로 열기 어려워 방법을 어찌해야 할지(모르겠다)”고 하자 이재명 후보는 “심사를 안 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하고, 안 하면 패스트트랙으로 회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환노위는 야당이 막으면 패스트트랙이라도 하겠다. 이것도 안 되면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의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브리핑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한국노총이 정기국회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하기를 요구하는 법안”이라며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환노위) 법안소위에 부의해서 토론하고 입법적 진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