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전경.


같은 기업의 다른 사업장 직원이 공장에 출입해 집회에 참석했더라도 단체협약에 따른 정당한 노조활동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용자가 출입 규정을 이유로 부당하게 집회 참여를 제약한 것에 불응해 노조 조합원이 집회 장소에 들어왔다고 해서 ‘불법 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노조 사무실 미합의에 천막설치·집회
사측과 협의 없이 진행 이유로 징계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오동영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장을 포함한 조합원 6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소수노조인 한국타이어지회에 대한 ‘노조 사무실 제공’ 문제가 발단이 됐다. 대법원은 2019년 2월 교섭대표노조인 한국타이어노조와 사측이 지회에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사측은 지회에 사무실을 주겠다고 했지만, 같은해 5월까지 사무실 설치 장소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지회 조합원들은 그해 2월부터 금산공장 본관 앞에서 집회 및 1인 시위를 열었다. 그러자 사측은 법원에 공장 본관 근처 특정 구역 내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대전공장에서 일한 오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3명은 사측에 집회 계획을 알리고 2019년 5월 금산공장에 진입해 사측의 천막 철거 요구에 불응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원고 조합원 6명도 8월 개최한 집회에 참석했다. 그러자 사측은 협의 없이 집회 및 시위를 진행하고 천막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6명에게 감급·경고·견책 등의 징계처분을 했다.

이들 6명은 징계처분이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충남지노위는 이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금산공장 불법 침입과 관련한 징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다만 나머지 징계에 대해선 징계양정이 적정하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2020년 10월 재심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법원 “부당한 집회 참여 인원 제약”
대리인 “노동 3권 침해 규정으론 징계 불가”

법원은 집회 참가가 정당한 노조활동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불법 침입 여부가 갈린다고 전제한 뒤, 조합원들의 집회 참가는 단체협약에 따른 정당한 노조활동이라고 판결했다. 회사의 보안관리 규정을 위반한 ‘불법 침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는) 지회의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해 부당한 참여 인원 제약을 가하고, 회사가 반대한 참가인원들에 대한 출입을 불허했다”며 “이러한 제약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하지 못한 조합활동이 되거나 ‘불법 침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대전공장 소속으로 이들의 참가를 제한할 경우 집회 규모가 현저히 축소돼 사측의 참가 불허는 합리적인 제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천막 설치’와 관련해선 기습적으로 출입통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사측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해 정당한 노조활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천막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지회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으므로 천막 설치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