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정 공공연맹 사무처장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간절히 원하거나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더 주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속담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실속 있게 본인 몫을 챙기는 와중에, 늘 고분고분하게 있는 사람은 공연히 일을 떠맡아 고생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연일 정치권 기사가 쏟아지는 요즘 ‘공공부문 노동계가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가’하는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자·사용자·정부 대표가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공익가치 실현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내겠다며 2018년 출범했다. 지금도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회의체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2020년 11월 종료된 1기 공공기관위원회는 총 12차례에 걸친 회의 성과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했다. 그리고 임금체계 개편 등 후속 논의를 위한 2기 공공기관위원회를 지난 6월 구성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에 노력한다” “임금피크 인력운영 등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는 1기 공공기관위의 합의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구체화된 것이 없다. 또한 임금체계 개편을 다루는 2기 공공기관위는 지난 7월 1차 회의 이후 현재까지 진전된 내용 없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편 새롭게 들어설 정부의 공공부문 노동정책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이달 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가 축소·개편되면서 기존의 ‘노동희망본부’는 ‘노동위원회’로 변경됐다. ‘범노동 선거본부’를 표방하며, 노동위원회에 양대 노총 출신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원회’로 격하시킴으로써 노동 현안을 무게감 있게 공약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리멸렬한 알력 다툼 끝에 6일 출범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의 노동 부문은 더욱 얄팍하다. 한국노총 출신 임이자 의원이 직능총괄본부의 공동본부장으로 배치된 것 이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동계의 목소리를 담아 낼 수 있을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 왔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가 공공부문을 ‘가마니로 본’ 결과 일색이다. 극소수 LH 직원의 일탈 행위를 구실로 LH 졸속 개혁안을 들이민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 투기 근절에 몰두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정책 실패로 귀결됐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면피하기 위해 LH 개혁안을 졸속으로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나아가 정당한 노사합의 절차를 통해 마련한 ‘사내대출 제도’마저 축소하라며 겁박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어떠한가.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3개 부처가 경사노위에서 합의했는데도 이행을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공공부문 노동계의 집단적 문제제기가 일어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경사노위를 통해 일단락지었다고 만족하는 듯하다. 공무직 처우개선은 어떠한가. 현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공무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의 고용정책 실험 여파에 대한 책임도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탄핵이라는 혼란한 정국을 뚫고 노동친화적 정부가 집권했을 때, 한껏 부풀었던 기대를 접은 지 이미 오래됐다. 한쪽에선 경사노위를 통한 대화 창구를 운영하면서 다른 한쪽으로 예산·재정·경영평가를 빌미로 공공부문을 압박하는 ‘화전양면전술’은 더욱 교묘해졌을 뿐이다. 과연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계의 요구를 진심으로 귀담아듣고 고민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없다.
정부가 이렇게 공공부문 노동계를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시간을 성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