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허가제헌법소원추진모임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외국인고용법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조항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2011년 이주노동자들이 청구한 위헌법률심판에서 내린 판단과 마찬가지였다. 노동계는 10년이 지나도 바뀐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이주노동자 5명이 외국인고용법(25조 1항)과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기각했다.
외국인 노동자 5명은 올해 3월 사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도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계속 일하며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이주노동자들의 ‘직장 선택의 자유 또는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헌법재판소는 “외국인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용자로서는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사업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어 “불법체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근로자의 효율적인 관리 차원에서도 사업장의 잦은 변경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때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 신청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내국인근로자가 진입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함으로써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한다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도입을 허용하는 것 자체의 문제이지, 사업장 변경을 허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또 “산재 사망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사업장에서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것은 생명과 신체를 위협할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박영아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2011년 결정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결정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열악한 조건의 사업장을 옮기게 해 달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외침을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는 월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최저임금법 6조4항이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전원이 동의했다. 헌법재판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더라도 근로자가 실제 받는 임금총액이 줄어들지는 않으며, 단지 최저임금액의 인상률과 비교한 실제 임금총액의 인상률이 종전에 비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뿐”이라며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저임금 산입을 위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월할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규정한 최저임금법 조항(6조의2)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내놓았다. “근로자가 근로자단체를 통해 상여금 등 및 복리후생비의 지급주기에 관하여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을 제한하므로,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한다”면서도 “지급주기를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만 적용돼 그 자체로는 근로자의 근로소득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근로조건의 중요한 부분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