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노동자들이 정부 카드 수수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면서 파업을 보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당정협의를 통해 카드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는 대신 적격비용을 3년마다 산정하는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아직 노동계에 카드 수수료 제도개선 TF 참가를 요청하지 않았다.
카드사노조협의회는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 수수료를 추가 인하한 것은 정책 참사지만 금융당국이 제도개선과 거대 IT기업(빅테크)·핀테크 규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기대도 있다”며 “파업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사무금융노조 롯데카드지부·신한카드지부·하나외환카드지부·현대카드지부·BC카드지부·KB국민카드지부와 금융노조 우리카드지부가 6월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피해가 쌓여 노동자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 중단과 카드 적격비용 산정제도 폐기를 요구했다.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지난달 지부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고 이달 정부의 카드 적격비용 산정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수수료 인하, 소비자 혜택 감소·구조조정 우려
이들은 당정이 카드 수수료를 또다시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 피해를 소비자와 노동자가 온전히 감당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에 따른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돌입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의 명분인 소상공인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카드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제대로 된 손실보상 조치”라며 “빅테크나 배달앱 수수료 상한선 규제가 필요한데 엉뚱한 생색내기 정책만 편다”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23일 당정협의 뒤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 기준 카드 수수료율을 0.8%에서 0.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018년 이후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경감 가능 금액은 6천900억원”이라며 “같은해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확대 등으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이미 경감한 금액 2천200억원을 감안하면 4천7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매출 구간에 따라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그러면서 고 위원장은 “카드업계는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힘든 어려움에 처했다”며 “소비자·가맹점·카드업계 중심으로 제도개선 TF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제도개선 TF에 당사자인 노동자 포함해야”
노동자들은 제도개선 TF에 당사자인 노조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금융위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논의기구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제도개선 TF를 설치하는 것은 우려를 해소하는 조치”라며 “TF가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을지를 감안해 파업을 잠정 유예했고, 향후 금융당국 소통 자세를 보며 투쟁 수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위 주도의 TF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기구, 혹은 별도의 조직 등으로 구성하고, 금융위도 심판이 아닌 참가자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우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아직 공식적인 TF 참가 요청은 받지 못해 지켜보고 있다”며 “적격비용 산정 제도를 손보고 카드사와 시장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