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점으로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의 법정소송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4천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이 엎치락덮치락 끝에 대법원에서 노동자 승소로 결론 나면서 통상임금 기준과 원칙을 더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 비중이 높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와 여당은 집권 초기인 2017년 9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 직후, 통상임금 정의와 범위를 명확하게 하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으로 정한 통상임금 정의를 근로기준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였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면서 근기법 개정은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촉발된 통상임금 법개정

국회에서 통상임금 범위가 다시 논란이 된 것은 2018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다.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인상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대두되자 정부·여당은 최저임금에 그동안 제외됐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포함하도록 최저임금법을 바꿨다.

그러자 최저임금 산정 때는 포함되지만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과 복지수당 비중을 높여 최저임금법 위반은 피하면서 통상임금은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하는 편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통상임금을 모수로 산정하는 각종 수당이 과소지급돼 노동자들이 연장근로를 할수록 임금은 적게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권 현금수송 업무를 하는 한국금융안전에서 10년 넘게 일한 A씨 사례를 보자. A씨의 통상임금은 기본급 173만3천700원과 직책수당 8만원을 합한 181만3천7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 182만2천480원보다 6만8천780원 적다. 회사는 상여금으로 75만5천70원을 지급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낮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지급한 연장근로수당이 최저임금에 못 미쳐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2020년 행정해석을 바꿨다. 그 이전까지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150%) 중 가산수당(50%)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더라도 나머지 100%는 최저임금 이상을 줘야 한다는 행정해석을 변경한 것이다.

21일 환노위 법안소위 문턱 넘을 수 있을까

이런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산정기준을 일치시키는 근기법 개정안이 21일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되, 최저임금보다 통상임금이 적으면 최저임금액을 통상임금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쟁점은 상여금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지급주기가 1개월이면서 1개월을 초과하는 상여금(올해는 15% 초과부분)이 포함된다.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등 고정성이 논란이 되는 상여금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재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개별 노사가 소송과 단체교섭으로 정립해 온 통상임금 범위가 또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2018년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연대협약을 맺은 한국노총에 여러 차례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명 미만 사업체에 전면 적용할지를 다투는 개정안뿐만 아니라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일치하는 개정안까지 근기법 개정을 논의하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