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근무기간이 3개월 미만일 경우 해고예고제도에서 제외하도록 개정한 근로기준법 조항이 시행되기 이전에 사전 예고 없이 노동자를 해고했다면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6개월 미만 일한 노동자를 해고예고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법이 개정되기 전에 범행이 발생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3개월 미만 근무자, 예고 없이 해고
위헌 결정에 ‘3개월 미만’ 법 개정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원심이 해고예고수당 예외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식당 사장인 A씨는 퇴직자 3명에 대한 임금과 수당을 퇴직일부터 14일이 지나도록 미지급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3개월 미만을 근무한 B씨에 대해 즉시 해고를 통보하면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기법(26조)은 근로자를 해고할 때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고, 그러지 않았을 때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쟁점은 ‘3개월 미만 근무자를 해고예고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였다. 과거 근기법(35조3호)은 근무기간 6개월 미만일 경우 해고예고제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정했다.
그런데 헌재가 2015년 12월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효력이 즉시 상실했다. 당시 헌재는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근기법은 2019년 1월 개정돼 기존 조항(35조)이 전부 삭제되고 26조1호에 ‘근무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를 담은 조항이 들어갔다. 6개월 미만에서 3개월 미만 근무자로 범위가 축소된 것이다. 개정법은 시행일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해고 사건 ‘법 공백’ 시점 발생
대법원 “과거 근기법 적용 불가능”
문제는 ‘3개월 미만 근무자’인 B씨의 근로계약 시점이었다. B씨의 입사일은 2017년 2월로, 위헌 결정일 이후이자 개정법 시행 이전이다. 위헌 결정으로 인해 6개월 미만 근무자는 해고예고대상 예외 사유에서 빠지게 됐고, 3개월 미만 근무자를 예외 대상으로 정한 개정법 조항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1심은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이 유죄라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3개월 미만 근로자를 해고예고대상에서 제외한 근기법 조항(26조1호)을 근거로 B씨가 해고예고수당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A씨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개정 근기법 시행일 전에 B씨가 근로계약을 체결해 개정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또 A씨의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은 위헌 결정 이후 이뤄진 것이므로, 과거 근기법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를 전제로 대법원은 “원심은 개정 근로기준법 26조1호를 적용해 B씨가 해고예고수당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봐 무죄로 판단했다”며 “개정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 및 해고예고대상의 예외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