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버스 노사가 노조 파업 20일을 앞둔 29일 새벽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교섭에서 사전 조정을 적극 지원했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53조2항에 따라 조정신청 전 원활한 조정을 위해 교섭 주선 등 관계 당사자의 자주적 분쟁 해결을 지원할 수 있다.
임금 3.5% 인상 합의
서울시 버스 노사는 지난해 12월 2023년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시작했다. 쟁점은 임금인상률과 학자금 등 복지기금 조성이다. 노조는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생활비 부담으로 운전직·정비직·근로면제자의 임금 7.4% 인상과 학자금 및 복지기금 조성을 위한 지원금 확대 지급을 요구했다. 노사 단협 41조에 따라 학자금 복지기금 조성을 위한 지원금이 2024년 5월31일 만료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특별시운송사업조합은 임금 1.3% 인상을 제안했다. 학자금 등 복지기금 조성을 위한 지원금은 2024년 5월31일까지만 지급하겠다고 밝혀 왔다.
지난 21일 9차 교섭때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노사는 28일 노동위원회의 적극적 사전 조정으로 급물살을 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원활한 교섭을 위해 분재해결지원팀과 준상근조정위원을 구성해 교섭 참관, 의견 중재를 진행했다.
노사는 28일 오후 열린 2차 사전조정에서 자정을 넘겨 극적 타결했다. 임금을 3.5% 인상하기로 했다. 학자금 등 복지기금 조성을 위한 지원금 액수를 늘리고, 지원 기간을 2029년 5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서울지노위 공익위원이 교섭 과정에서 직접 참관하고 지켜 봤다”며 “타결이 어려울 것 같으니 본 조정신청 전 사전 조정 지원(조정 전 지원제도)을 해 보자고 해서 공익위원(준상근조정위원)이 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사전 조정,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할 것”
서울시 버스 노사가 매해 대부분 파업 직전까지 간 뒤에야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한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노동위원회의 사전 조정으로 ‘노사교섭 결렬-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조정중지 결정-노조 쟁의권 확보-파업 예고-벼랑끝 교섭’이라는 전철을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도 노동위원회의 조정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노동위원회가 노사 양측을 오가며 설득하고, 직접 교섭 당사자가 아닌 서울시도 설득하며 (교섭 타결에) 큰 역할을 했다”며 “서울시의 경우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교섭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교섭 참여를 부담스러워 하는데, 서울시도 부담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시 버스 노사는 합의문에 “자율적 갈등해소를 위한 노·사 쌍방의 최대한 노력에도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때에는 노동위원회 조정 전 지원 절차를 활용해 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용원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조정결렬을 선언한 뒤 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할 경우 노사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미리 조정 전 교섭 과정에서 조정 전문가가 참여한다면 교섭이 원활하게 타결되고,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위원회는 조정 전 지원제도를 ‘대안적 분쟁해결 제도(ADR, Ar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의 일환으로 보고 활성화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개별적 분쟁 해결에도 확대해 노동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기 전 분쟁 해결에 나설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