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내년 최저임금 심의 요청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가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노동계와 사용자 간 신경전도 시작됐다.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 추진으로 최악으로 치닫는 노정 갈등이 최저임금위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올해 최저임금위 논의에서는 노동계의 대폭 인상 주장과 사용자측의 동결 주장이 격돌할 것으로 점쳐진다. 노동계는 1만2천원을 최초 제시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9천620원)에서 24.7%(2천380원) 올린 금액이다. 사용자측은 동결안을 최초 제시안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노동계와 사용자측의 최초 요구안·제시안의 간격은 2천380원이다. 지난해 최초 격차(1천730원)보다 벌어졌다.
지난해에 이은 가파른 물가상승률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5.5%나 급감했다. 실질임금 감소세는 지난해 4월 마이너스 2.0%를 기록한 뒤 10개월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1월에는 명목임금인상률마저 감소(-0.6%)했다.
정부·여당은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많이 주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최저임금위 논의 중 공공요금 인상이 단행된다면 사용자 측의 ‘동결’ 제시안은 설 자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측의 무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노동부에 요구한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와 관련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최근 최저임금위로 넘어갔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차등적용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말했던 업종별 차등적용을 정부·공익위원이 강하게 주장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정부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를 설계한 전문가가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정 갈등이 최임위에서 재현할 가능성도 있다.
양대 노총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공동요구안을 발표한다. 한국경총은 이날 ‘2022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보고서를 내고 “최저임금 미만율이 12.7%로 여전히 높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 지급능력이 없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상당 기간은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9년 16.5%로 꼭짓점을 찍은 뒤 서서히 내려가는 추세다. 지난해는 15.3%였는데 올해 2.6%포인트나 떨어지며 개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