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아와 정책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 등 사업주 경비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조항은 수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근기법을 전면 적용하되 적용 시점을 늦춰 정부 지원 방안을 준비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다소 거리가 있다. 16일 오후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적용 방법과 범위를 두고 여야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한국노총-윤석열 후보 정책간담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정책간담회를 하고 한국노총의 입법 요구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최저임금제·주 52시간제를 부정하는 듯한 최근 윤 후보의 언행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노동의 근본적 가치에 대해 공격하고 폄하하는 어떠한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히 심판할 것임을 말씀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역사적 퇴행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단축·산업재해 예방 의제에서 역행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에 윤 후보는 “산업기반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노총이 합리적인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과 사회적 대타협에 주도적으로 나서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책현안에 관한 이야기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오갔다. 한국노총은 12월 임시국회에서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과 사업장 이전시 고용승계, 근로자대표제 개선,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도입,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범위 일치, 1년 미만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등 7가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윤 후보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도입은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교원의 노조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타임오프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며 “(노동이사제는) 적대적으로 볼 문제는 아니고 공공기관 도입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은 일부 수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윤 후보는 “직장내 갑질, 성희롱 이런 것은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다 적용이 돼야 한다”며 “다만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부분은 속도를 늦추고, 만약 여기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안전망이 문제가 된다면 국가가 좀 부담을 해 주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5명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 대원칙에는 저도 찬성하고 어느 부분까지 시행할 것인지는 한국노총과 잘 협의하겠다”며 “5명 미만 사업장 실태를 잘 확인해서 사회적 합의라든지 절차를 존중해서 진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산수당·휴업수당·연차휴가와 같이 사업주 부담을 동반하는 조항의 적용은 보류해 사회적 논의를 하고, 직장내 괴롭힘 금지는 인권문제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전면 적용 후 순차 도입’
국민의힘 ‘일부 적용 후 사회적 대화’

이 같은 입장은 더불어민주당과 다소 거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해 단계적·점진적으로 적용하고, 비용 증가분은 국가지원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로 넘기지 않고 국회 차원에서 전면 적용을 매듭짓자는 얘기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적용 시점을 몇 년 늦추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윤 후보 발언을 놓고 한국노총 내부 평가는 갈리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도입을 확답하고, 근기법 전면 적용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근기법 개정 방향을 두고 드러난 여야 간격이 입법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선방침 결정의 잣대로 삼겠다던 현안 중 노동이사제·공무원 타임오프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고, 근기법 의제만 방향이 달라 보인다”며 “16일 열리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논의에서 보인 여야 행태와 결과를 지켜보고 한국노총의 평가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16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근기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개정안,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근로자의날법) 전부개정안,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순서대로 상정해 심의한다. 근기법은 적용 범위 확대, 통상임금, 근로자대표제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