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일자리, ‘캐스퍼’ 성공이 끝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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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53회 작성일 21-10-22본문
광주형일자리 향후 실천과제 설정과 이행이 더 중요
21일 오후 2시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NGO센터 4층 시민마루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광주형일자리!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광주형일자리의 산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경형 SUV 캐스퍼가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 8,940대를 팔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 시장성 부문에서 우려는 해소됐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될 것이냐는 의문과 광주형일자리의 초기 정신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장 윤종해)와 광주시민단체협의회(상임대표 박재만), 노동존중사회연대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한 시민모임 등은 21일 오후 2시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NGO센터 4층 시민마루에서 ‘지속 가능한 광주형 일자리!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대에서 상생, 톤다운 된
광주형일자리 … “폄하는 금물”
광주형일자리의 최초 제안자인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최초 문제의식을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나 노동자 모두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는 곳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일자리에 대해 새로운 사고와 접근으로 필요했다. 사회 연대적 사고에 기반한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고 이렇게 창출된 일자리가 양극화,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일자리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광주형일자리에 담겨있다.”
광주시는 2014년 9월 1일 사회통합추진단을 신설해 광주형일자리 모델 개발에 나섰다. 2015년에는 한국노동연구원에 광주형일자리 모델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2016년 7월 사회적 대화기구인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를 구성해 ‘광주형일자리 모델 실현을 위한 기초협약서’를 도출했다. 기초협약서에는 광주형일자리 4대 의제라고 불리는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원하청 상생 ▲노사책임경영 등의 원칙이 담겨있다.
하지만 2018년 5월 31일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최근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광주형일자리에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뛰어든 건 지역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참여하니 냉탕과 온탕을 수없이 반복해서 왔다갔다"며 "시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노동계가 많이 협조하지 않아서 서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노동계가 협조하려고 해도 협상에서 배제당해 협조할래야 협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20년 4월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광주형 일자리 참여 중단과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노동계·현대차·광주시 등 주체들의 논의과 정에서 광주형일자리가 최초로 내건 4대 의제는 일정 부분 수정됐다. 2015년 광주형일자리 모델 연구를 진행했던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연대형에서 상생형으로 톤 다운시킨 현실적 타협책”이라고 표현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모두 현대차의 시각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노사정의 인식 격차를 조율하고자 했던 것이 2018년 가을의 격렬했던 협상”이라면서 “현대차가 수용 가능한 ‘내용’에 광주형일자리의 원론적인 ‘옷’을 입힌, 내용과 형식을 교환한 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취지만큼 현실에 구현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광주형일자리의 성과를 함부로 폄하해서도 안 된다고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한다. 캐스퍼를 성공적으로 양산하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점, 상생위원회 설치 및 가동, 광주 상생일자리재단 건립 등 광주형일자리가 보여주는 행보는 ▲제조업 부활 ▲지역소멸 극복 ▲청년고용난 해소 ▲노사관계 개혁 ▲격차 축소 등 “한국사회의 굵직한 5대 시대적 과제의 해법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원론을 고집하면서 현대차가 참여하는 기회를 없애기보다 개혁을 톤 다운시키더라도 현대차까지 참여하는 실현 가능한 방안을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결론을 주체들이 공유한 것”이라며 “실제 상생이냐 연대냐의 구체적인 차이는 광주형일자리의 당초 버전과 현재 실현된 버전의 차이를 인지하면서 향후 실천과제를 무엇으로 삼느냐에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윤종해 의장은 "광주형일자리 4대 의제 중 적정임금과 적정노동시간은 공장 건설이 시급하다고 보고 적정선에서 합의했다. 원하청관계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복지부문은 회사 내 상생협의회에서,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풀어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흘러왔지만 노동계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무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설립과 캐스퍼 양산으로 광주형일자리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향후 본래 취지를 구현하는 과제 도출과 실천과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①노동조건 및 복지 향상
먼저 노동조건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8일 장연주 정의당 광주시의회 의원은 “생산직 중 팀장이 아닌 노동자들은 월 250만 원 정도 받는데 연으로 따지면 3,000만 원 정도”라며 “애초 노동자들이 기대했던 3,500만 원에 미달해 근무인원 539명 중 퇴사자만 30여 명에 이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0년 4월 체결된 ‘적정임금 관련 부속 협정서’에는 ‘전체 노동자’ 평균 초임 연봉을 3,500만 원(주44시간 기준)으로 잡았다.
고창운 한국노총 빛그린산단노동조합 위원장은 “임금체계는 호봉제가 아닌 직무급제다. 근로조건이 아주 좋다고 볼 수는 없다. 3,500만 원인 평균 연봉은 직책에 따라 달라지며, 일 강도는 직무마다 다르기 때문에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평균연령이 20대 후반인 현장의 정서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임금체계가 있다.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체계에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소음을 해결하고자 현장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단기적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광주시 10개 부서와 4개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광주형일자리 협업팀’을 꾸려 공공임대주택, 교통수단 및 직장어린이집 조성 및 캐스퍼 구입 취득세 지원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광주시가 입지를 고려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단지가 빛그린산단과 차량으로 20~30분 정도 걸리는 위치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정환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은 “배후주거단지로 선정한 지구가 빛그린산단과 멀다.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인건비를 대폭 낮춤과 동시에 4~5년간 인건비의 가파른 상승 억제를 협약을 통해 약하게 제도화시켜둔 현 상황이 사업의 지속성과 일자리 창출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역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이 광주형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시장에서의 이른 성공으로 노동자들에게 보상의 기회를 높여야 하며, 동시에 광주시와 중앙정부가 합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복지 기제를 고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②원하청상생과 노사책임경영
현재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생산하는 캐스퍼의 부품은 광주 인근 자동차 부품업체로부터 조달받는 게 아니다. 기존 현대차와 거래하던 계열사로부터 부품을 들여오는 형편이라 하청업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업이 없다. 원하청상생이라는 취지를 실현하기에는 ‘하청기업’ 자체가 부재한 것이다.
김설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직접 일자리 1,000개 간접고용 1만 개를 만들겠다는 것이 광주형일자리의 고용 목표였다. 하지만 현재 생산되는 캐스터의 부품은 기존 현대차에 납품하는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품사로부터 생산되고 있다. 현재 빛그린산단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태”라며 “간접고용 1만개 로드맵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노사민정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더불어 노사책임경영이라는 요소도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노사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노동이사제를 요구하자 어느 새인가 용어가 ‘소통투명경영’으로 용어가 바뀐 것 같다. 용어 사용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계는 광주글로벌모터스에 노동이사제 시행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다만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이사제가 지상 과제라고 하기는 서울시 노동이사 도입 이후 상황을 보면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노동이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노동이사제 관련해서는 기술적으로 유연하게 판단하는 게 어떤가 싶다”고 전했다.
③친환경 전환
자동차산업의 친환경 전환과 관련하여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컸다. 특히 캐스퍼가 경유차이며, 광주글로벌모터스에는 특별한 자동차 연구 능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병규 전 경제부시장은 “2018년 10월 31일 제3차 원탁회의에서 광주시가 자동차산업정책연구원 설립과 노정협의체 개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는데, 현 상황에서 유명무실해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정환 시의원은 “사실 연구원 설립 추진이 지금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시의회 차원에서 이제부터라도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노사정 거버넌스 내실 갖춰야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 가능
끝으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광주형일자리의 확산을 위해 사회적 대화 거버넌스의 지속과 발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광주시는 광주상생형일자리재단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상생형일자리재단은 광주형일자리 사업의 이행를 점검하고 노사민정협의회를 지원하는 등 광주 노동정책의 새로운 거버넌스로 자리 매김할 예정이다. 지난 9월 30일 발기인 대회를 마쳤고, 현재 임원 공모 중에 있다. 12월 법인등기 등록 및 2021년 1월 개원이 목표다.
오주섭 사무처장은 “광주상생형일자리재단 역할이 중요하다. 다만 광주시에서 출연한 기관이다 보니, 하부기관으로 인식될 수 있다. 재단 설립된 후 광주시와 역할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기준점이 필요하다”면서 “광주상생형일자리재단이 광주시의 지시를 이행하는 기관으로 역할하게 되면 곤란하다. 역할과 관련해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사민정협의회의 활성화도 거버넌스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한 과제다. 김설 위원장은 “광주형일자리는 사회적 대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광주시의 거수기라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1년에 2번 겨우 1시간 남짓한 회의를 통해 사회적 대화가 이뤄진다”며 “실질적으로 사회적 대화 채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경사노위 계층별위원회처럼 특정 계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타협의 결과로 광주형일자리가 실현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사회적 활력과 일자리의 균형을 시장 안팎의 행위자들 모두가 합심하여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면서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지속해 가야하며, 광주상생형일자리재단의 역할 수행, 빛그린산단노동조합의 활동, 상생협의회의 활성화, 적정복지의 실현 등 과제를 잘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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