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현금수송업체인 한국금융안전㈜ 경영진이 예정에 없던 이사회 안건을 기습 상정해 유상증자를 의결한 것은 주주은행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절차적 하자가 크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50민사부(송경근 판사)는 10일 한국금융안전 우리사주조합이 지난달 17일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앞서 한국금융안전 경영진은 9월2일 1주주인 ㈜청호이지캐쉬가 선임한 이사 3명과 IBK기업은행이 선임한 이사 등 4명이 참여한 가운데 유동성 위기 대응을 위한 20억원 자금 차입의 건을 논의했다. 논의 도중 청호이지캐쉬가 선임한 이아무개 이사가 자금 차입이 아닌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수정 제안했다. 이에 반발한 기업은행쪽 김아무개 이사는 갑작스럽다며 반대했지만, 김석 대표이사가 표결을 실시했다. 김 이사는 퇴장했다.
우리사주조합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동훈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은 이날 결의는 △사전에 통지한 자금 차입 안건과 전혀 다른 안건을 기습 상정해 표결한 절차상 하자가 있고 △김 이사가 반대의사를 표시해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며 △자금조달 목적이 아닌 최대주주의 지배권 확대를 목적으로 해 내용상 하자가 있다며 가처분을 제기했다. 한국금융안전 최대주주는 지분 18.55%를 가진 청호이지캐쉬㈜와 18.5%를 확보한 금융안전홀딩스㈜다. 청호이지캐쉬 대표는 김석 대표가 겸직하고 있고, 금융안전홀딩스 대표는 김석 대표의 모친이다.
법원은 유상증자안 기습 상정은 주주인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의 의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1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를 받는다. 4곳 은행의 한국금융안전 지분율은 15%이거나 15%에 근접했다. 은행으로서는 신주를 인수했을 때 15%를 초과할 우려가 있어 사실상 참여가 어렵다. 참여한다고 해도 면밀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이 정도 사항은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수준이므로 이사회 전 안건 통보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또 15% 지분 규제로 은행의 신주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김석 대표이사에게만 신주를 발행하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은행의 주주로서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이동훈 위원장은 김석 대표이사의 퇴진을 촉구했다. 그는 “법원이 편법적인 지분인수를 통한 과반 확보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며 “경영 실패 책임을 자인하고 퇴진하지 않으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사퇴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