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공공부문노조협의회가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앞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비롯한 6대 요구사항 수용과 기획재정부 해체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187개 법안을 의결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정기국회 내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던 여권의 호언이 허언이 됐다. 위원장 직권상정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공공부문 노동계는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1일 한국노총공공부문노조협의회(한공노협) 한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노동자와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며 “앞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놓더라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도 도입 강조했는데 국회는 나 몰라라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를 기만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최근 이재명 후보와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같은 핵심 여권인사들이 연이어 도입 의지를 보였던 사안이다.

정작 국회에서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소관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정기국회 내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졸속으로 운영하다 시간이 모자라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심사를 코앞에 두고 산회했다.

노동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국회 기재위원장이 공공기관운영법을 직권상정해 최소한 표결처리라도 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고 한다. 한공노협 한 관계자는 “법안소위에서 여야 논의를 해 보고 어려우면 전체회의에서 직권상정하겠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대는 같은날 전체회의가 오후 2시19분 개의해 한 시간 만인 3시20분 산회하면서 무너졌다. 게다가 같은 시각 한공노협은 국회 앞에서 499명이 모인 가운데 우천집회를 열고 노동이사제 도입을 비롯한 6대 요구사항 관철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추가 국회일정 논의할 것” 뒷수습

더불어민주당은 뒤늦게 “추가 국회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국회 기재위 여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실 관계자는 “9일 본회의에 앞서 추가 회의일정을 잡자는 데 여당 내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과의 협의는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전체회의가 끝난 직후라 간사 간 대화를 시작했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논의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한공노협은 냉랭한 분위기다. 한공노협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하고, 동력이 없다고 해서 100일 넘게 천막을 치고, 야당 의원에게 읍소해 가며 마련한 마지막 기회였는데 여당이 미련 없이 걷어찼다”며 “더 이상 어떻게 여당을 믿겠느냐”고 되물었다.

정기국회 내 노동이사제 도입이 물 건너가면서 공공부문 노조 대표자들은 조합원 설득이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이미 부동산 정책 실패 같은 사회정책 헛발질로 젊은 조합원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진 터라 대선방침 결정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다. 한공노협은 2일 회의를 열고 후속대책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과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