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권·서남권 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디지털산업 노동자의 노동과 생활’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IT업계의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 관행이 다소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장 절반 이상은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왔다. IT노동자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IT산업 공통의 직무별 임금기준을 마련하고 하도급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동남권·서남권 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디지털산업 노동자의 노동과 생활’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IT산업 종사자와 AI 기술 확대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로 등장한 ‘데이터 라벨러’의 실태를 조사해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와 사단법인 정책연구소 이음은 서울 서초·강남·송파·강동에 위치한 IT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338명을 면접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IT노동자 월평균 노동일수는 21.4일로 주 5일 근무형태와 유사했다. 주 평균 노동시간은 42.6시간으로 나타나 장시간 노동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50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이 4.1%여서 장시간 노동 관행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포괄임금제를 시행한다는 답변이 58.3%, 안 한다는 답변은 19.5%, 임금체계를 모른다는 답변은 22.2%였다.

IT노동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IT산업 공통의 직무별 임금기준 마련·적용”이라는 답변이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IT산업 내 하도급 관행 개선을 꼽은 이도 81명이나 됐다. 조사와 분석을 맡은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IT노동자 다수가 프로젝트별 수행방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도급 관행 개선과 이에 연동한 노동관계의 제도화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단계 하청구조는 IT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이 중개업체에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개발업무와 인력중개업무의 겸업을 금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I 기술 확산으로 최근 늘고 있는 데이터 라벨러의 노동실태 분석 결과도 발표됐다. 데이터 라벨러는 AI가 정보를 이해하도록 이미지·음향·텍스트 등에 이름을 붙이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데이터 라벨러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특수고용직이다. 서남권 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A온라인 리서치 회사에서 1개월 이상 일한 노동자 193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다. 응답자 75%가 부업으로 해당 업무를 하고, 월수입이 99만원 이하라는 응답자가 65%였다. 문종인 센터 정책연구팀장은 “데이터 라벨러는 웹기반 플랫폼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일거리를 찾고 있는 노동자”라며 “하지만 이들의 노동조건과 복지수준 등에 대해 정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