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조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사내 홈페이지에 미지급 수당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를 찾아내 ‘적정하지 않은 글을 게시한 것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담은 경위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해 논란이다. 댓글은 익명으로 작성됐지만, 작성자를 찾기 위해 IP 추적까지 했다.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조 경기본부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지난달 1일 미지급 수당 지급과 관련해 본부 논의가 진행 중인지 묻는 ‘자유토론방’ 게시글에 “끝났으면 끝났다고 알려 주면 될 것을…. 왜 결과를 안 알려 주고, 자꾸 희망고문을 하는지 원”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바로 다음날인 2일 감사과에서는 이메일을 통해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경위서 내용에 포함됐으면 하는 것’으로 △휴게수당 미지급 상황이 왜 길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지 △본인은 휴게수당 미지급 관련 업무에 동참했거나 관심이 있었는지 △본부의 노력은 알고 있었는지 △현재 본인의 심정은 어떠한지 △적정하지 않은 글을 게시한 것을 인정하는지 여부 등을 적었다. 또 “‘희망고문’을 사전 검색하시면 미지급 휴게수당과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덧붙였다.

A씨뿐 아니다. 지난 9월16일 직원 B씨는 “이런 장갑을 검색해서 찾아내기도 힘든 것을 사 주는 정성…. 이 제품을 사 주면 다음부터 안 사 달라고 하겠지 하는 마음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라고 보급품에 대한 불만을 담은 댓글을 썼다. B씨에게도 어김없이 경위서 작성 요구가 날아들었다. 그는 “일선 소방서의 현업종사 직원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 실시해 구매, 배부한 구조장갑임에도 폄하와 비아냥 글로 조직 내 갈등 유도·분란을 조성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경기도소방본부 감사과가 익명 글 작성자의 IP를 추적해 경위서를 작성하도록 한 사례는 이날 공개된 건만 모두 7건이다.

노조는 “반인권적·반노동적 행태에 책임을 지고 이상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사퇴하라”며 “감찰권을 남용해 갑질을 자행한 감찰 직원과 감찰과장을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방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경기소방본부 감사과 관계자는 “자유토론방에 허위사실, 비방, 모욕글이 너무 많이 올라와 직원들 간 불협화음이 많았다”며 “이를 개선하려 게시글을 쓸 때 남을 비방·모욕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게시자를 확인해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수차례 알렸고, 그런 직원들에 대해 일부 사실 확인을 한 사항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