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기관이 공공성 담보할 수 있도록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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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22회 작성일 22-01-06본문
신승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노련) 위원장이 10대에 이어 11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의료노련 역사상 첫 경선이었던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도 경선으로 치러졌다. 올해 1월 1일부터 새 임기를 시작한 신승일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이긴 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경선 후유증을 이른 시일 내에 수습해 조직 화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의 약 73%를 책임지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인력부족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해 올해 투쟁과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구 의료노련 위원장실에서 진행했다.
- 보궐선거로 당선돼 약 1년 6개월간 의료노련 10대 위원장직을 맡았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신없이 지낸 시간이었다. 외부적으론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지속돼 의료노동자들에겐 무척 힘겨운 시간이었다. 내부적으론 의료노련 최초로 경선으로 치러진 선거였기에 선거 후유증이 계속 있었다. 1년 6개월 잔여임기를 채워야 하는 와중에 바로 11대 위원장 선거도 기다리고 있었기에 내부적으로 남은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웠다. 이런 내·외부적 요인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 10대에 이어 11대 위원장 선거도 경선으로 치러졌다. 다시 남은 경선 후유증은?
경선 후유증이라는 단어만 보면 뭔가 내부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선거 과정에서 두 후보가 경합을 하면 양편이 갈리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서로 오해와 갈등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당선된 리더라면 이른 시일 내에 하나 되는 상급단체의 모습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쨌든 선거에서 이긴 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임기 초반엔 내게 우호적이었던 조직보다는 상대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접촉면을 늘리려 한다. 상대의 의견을 많이 듣고, 그 의견을 합리적인 선에서 최대한 연맹 운영에 반영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 조직 내 화합이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난 선거에서 “단위노조에 힘이 되는 의료노련이 되겠다”, 이번 선거에서도 “현장이 없다면 연맹도 없다”고 말했다.
단위노조가 연맹에 가맹하는 목적은 하나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상급단체인 연맹은 단위노조의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고,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땐 그 일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임기에서도 단위노조로 향하는 것이 연맹의 분명한 방향이 될 것이다.
연맹 내 큰 조직은 역사와 경험이 쌓여 자체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 작은 노조일수록 경험이 부족하고 전임자 수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교육, 선전, 정책적 역량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복수노조 사업장인 경우 양대노총 간 갈등이 많다. 이런 어려움들을 노하우가 많은 연맹이 잘 도와줄 수 있다. 특히 소수 노조, 비수도권 노조일수록 연맹이 더 신경 쓸 계획이다. 이는 이후 어떤 집행부가 오더라도 변치 않아야 하는 원칙이라고 본다.
- 단위노조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나?
강릉아산병원노조 같은 경우 신생 노조라 직접 가서 두세 차례 교육 지원을 했다. 특히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소수노조들은 전임자도 없다. 그래서 사무 지원 등 단위노조에서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도 연맹에서 지원했다. 그리고 작은 단위노조들은 의료노련이 정책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 이 부분은 계간지를 통해서 의료노련만의 활동이나 정책 내용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과거엔 이런 소통도 잘 안 됐다. 이 외에도 노동법 교육, 정책 세미나는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이런 여러 활동들이 현장에 많은 도움이 됐을 거로 생각한다.
- ‘위드 코로나’로 의료노동자들은 다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장에선 어떤 목소리가 나왔나?
현재 의료노동계, 시민단체는 지속적으로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대명제를 강조한다. 물론 우리도 요구하는 바다. 하지만 공공의료 확충은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공공의료 확충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의 약 73%를 책임지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인력 부족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들이 번아웃된 상황은 너무나 잘 알려졌다. 번아웃은 실제 사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빠진 인력이 그때그때 채워지지도 않는다. 또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담당할 수 있는 간호사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다.
특히 중증환자 담당 간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병원에선 땜질식 헬퍼 운영으로 대응하고 있다. 헬퍼 간호사는 병동 간호사거나 내시경실, 외래 간호사, 행정파트 등으로 중환자실을 떠난 지 3년에서 10년이 지난 이들이다. 이런 미숙련 간호사들이 함께 중환자실에서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 어떤 해결책을 원하나?
정부는 위기 상황이 도래할 때마다 행정명령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병상을 확충하도록 민간의료기관에 협력만을 구할 것이 아니라, 시의적절한 손실 보상안과 코로나19 전담병상에 대한 인력 지원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민간의료기관은 늘 수익성을 고려해 자원을 분배한다.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겠단 시그널을 보내지 않으면 민간의료기관은 인력 투자는 물론 장비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 2021년에는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이 눈에 띄었는데.
보건의료노조는 노정교섭 주도권을 잡고 투쟁하면서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힘이 좋다.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이 여론에 많이 알려졌지만 의료노련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의료노련은 지난 2년간 의료노동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노련만의 요구를 끊임없이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고 관철하고자 노력했다. 의료노련의 요구안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와 노정교섭도 진행 중이다. 의료노련은 민간의료기관의 번아웃과 사직, 이로 인한 의료공백의 악순환 구조 해결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 낼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민간 중심이다. 전체 병상 중 민간의료기관의 병상이 90%를 차지한다. 그런데 병상수 자체는 과잉이다. 2018년 기준 보건의료자원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12.4병상으로 OECD평균(4.5병상)의 2.8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을 내놓도록 투쟁과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는 노정교섭 요구안의 첫 번째 내용이기도 하다.
- 두 번째 임기를 마친 뒤 의료노동자들에게 어떤 위원장으로 남고 싶나?
생각의 변화는 없다. 상급단체 위원장으로서 단위노조와 현장의 어려움을 항상 함께했던 위원장으로 남고 싶다.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 했다더라도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함께 노력했던 위원장으로 조합원들이 나를 기억한다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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