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금융위원회가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청산(단계적 폐지)은 은행법상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소비자 권익과 거래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조치명령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최근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와 관련해 7월부터 법률자문단을 꾸리고 금융위원 간담회와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통해 법률 검토를 했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씨티은행이 영업 대상을 축소해 주요 은행 업무를 영위하는 것을 은행법 55조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폐업이 아니기 때문에 인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법 55조는 은행이 △분할 또는 합병 △해산 또는 은행업의 폐업 △영업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일부의 양수도를 할 때 금융위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양도의 일부를 인가 대상으로 명시한 것과 달리 폐업에 대해서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김연준 금융위 은행과장은 “명시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은 전부폐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폐업 대상인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규모는 전체 자산의 30% 수준이라 전부폐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자산 규모는 20조8천억원(30.4%), 기업금융 부문 자산 규모는 47조8천억원(69.6%)이다.
대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조치명령을 내렸다. 금융위는 “소비자 불편과 권익 축소 가능성이 단순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생이 구체적으로 예견된다”며 “한국씨티은행이 자체 관리계획을 시행하더라도 내용 충실성에 따라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조치명령권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조치명령을 준수하면 사실상 (은행법상) 인가요건을 충족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은 청산절차 개시 전까지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과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계획, 개인정보 유출 등 방지 계획, 조직·인력·내부통제 같은 상세한 계획을 금융감독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법상 인가 대상 확대 같은 법·제도 정비를 위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현행법하에서는 영업 대상 축소를 인가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불가피하다”며 “은행의 자산구성 또는 영업대상 변경을 인가사항으로 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해 제도 정비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금융위가 법 개정 검토를 지시했는데 스스로 현행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은행이 대규모 사업 폐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 나쁜 선례를 남긴 것으로, 지부는 즉각 법적 대응과 물리적 투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