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추락사한 고 정순규씨 아들 정석채씨(사진 가운데)와 산재 사망자 유족들이 27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앞에서 2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석채씨 제공>
“아버지와 함께하려고 사진을 챙겨 왔다. 매 순간 그립지만, 오늘 더욱 아버지가 보고 싶다.”
부산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는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2주기 추모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 유족들은 정순규씨가 숨진 지 2년이 흘렀지만 제대로 된 사업주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순규씨 유족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는 27일 오전 부산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동건설의 진심 어린 사과와 사법부의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2년 동안 싸웠지만 여전히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법원이 경동건설 사업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고 규탄했다. 유족은 “1심 재판부가 사망 원인에 대한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를 듣지 않고, 오히려 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판결한 것은 결단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석채씨도 “아버지 사고는 은폐되고 조작된 기업살인”이라며 “항소심에서는 구형과 판결 모두 강력하고 엄중한 처벌을 내려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특히 “과실치사라는 용어조차 모순덩어리”라며 “과실치사는 과실들이 쌓여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의도적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태안 화력발전소 사망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를 비롯해 평택항에서 숨진 고 이선호씨 아버지, 수원 공사장 사망자 고 김태규씨 어머니와 누나 등 산재 사망자 유족들이 참석했다.
고 정순규씨는 2019년 10월30일 부산 경동건설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하루 만에 숨졌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경동건설 관리소장과 하청업체 JM건설 이사는 1심에서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경동건설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해선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원·하청 법인에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유족측은 검찰에 항소를 요구했고, 검찰은 6월2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아직 항소심 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