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기간제 노동자에게 근로계약 만료를 통지한 것은 갱신 거절에 불과하므로 해고와 성질이 달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해고보다 갱신기대권이 낮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해고의 효력이 있다고 정한 근로기준법(27조)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2부는 28일 주택관리업체인 C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중노위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파트 경비원 A씨와 B씨는 각각 2015년 1월과 2018년 8월 C사에 입사해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했다. A씨는 두 달에서 여섯 달 간격으로 11차례에 걸쳐 재계약을 맺고 일했고, B씨는 그해 입사 한 달 뒤 근로기간을 3개월 연장하는 근로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그런데 회사는 2018년 11월 A·B씨를 포함한 경비원 전원에게 그해 12월31일자로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알리는 ‘예고통보서’를 보냈다. 통보서에는 근무실태와 근무평가 등 내용을 종합평가해 재계약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이후 A·B씨는 근무평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12월31일 근로계약이 종료됐다.
그러자 A씨와 B씨는 부당해고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에 이어 중노위도 이들의 청구를 인용하자 사측은 소송을 냈다.
1심은 경비원들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했지만, 사측의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파트 입주민의 민원이 재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 수밖에 없다”며 근무평가표 평가 항목에 따라 경비원들의 언행이나 성실도를 평가하는 것에 합리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B씨의 순찰 단축 실시, 근무지 이탈, 불친절한 언행 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합리적인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1심에 불복해 항소한 경비원들은 항소심에서 “근기법에서 정한 해고절차를 준수해야 하는데도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주장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 및 정도가 해고보다 낮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갱신 거절’의 경우에도 근기법 27조가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취업규칙의 해석과 관행 등을 종합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라며 “만약 이 같은 경우에도 근기법 27조가 적용된다면 이는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사용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담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간제 갱신은 ‘예외적·추가적’인 기대와 신뢰만 있을 뿐이어서 근로계약 종료시 언제나 근기법 27조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