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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연맹] 한국노총은 왜 ‘노동공제회’를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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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45회 작성일 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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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왜 노동공제회를 택했나?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 11월 회원 모집
노동조합-노동공제회 관계, 기대와 우려 공존

노동 X 공제회

함께 공(共), 건널 제(濟). 공제는 고비를 함께 건너 어려움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제를 표방한 조직은 1920년 4월에 창립한 조선노동공제회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현재, 왜 다시 노동공제회일까? 이에 대해 노동이 다시 불안정 상태로 돌아갔다는 상징적인 현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오래된 미래’이자 ‘새로운 연대’라고 불리는 노동공제회를 살펴보고자 한다.

커버스토리① 한국노동공제회 출범 의미

디자인 장장미 디자이너 jmjang@laborplus.co.kr

노동조합 운동의 원류, 공제회

사고는 갑자기 일어나고, 병은 예상치 못한 때 찾아온다. 경제적 부담도 따라붙는다. 고비를 넘다 보면 미리, 더 안정적으로 위험에 대비하는 일이 절실해진다. 개인 간 상호부조를 통해 서로를 경제적으로 보호하는 공제(共濟, Mutual Aid) 운동이 탄생한 배경이다.

공제운동의 기원은 중세 유럽에서 상인들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결성한 길드 조직까지 올라간다. 본격적인 공제운동은 17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국 노동자들은 펍(Pub·선술집)에 모여 머니 박스(Money Box)라는 상자를 만들었다. 이들은 매주 모여 상자에 돈을 넣었고, 모인 돈은 조합원이 아플 때 진료비로 사용됐다. 조합원이 사망했을 땐 가족이 사망 위로금을 받았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머니 박스는 다른 지역에도 퍼져나갔고, 영국엔 수천 개의 박스 클럽과 공제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공제운동이 확산됐다.

우리나라에도 상호부조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조선노동공제회가 1920년 4월 출범했다. 회원 678명으로 시작한 공제회는 1년 만에 1만 7,889명 규모로 커졌다. 신문배달부, 지게꾼, 정미공 등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와 소작농민들까지 공제회에 가입했다. 회원들의 다수가 노동자였기에 조선노동공제회는 점차 전국적인 노동자 조직체로서 성장했다.

1924년 4월, 조선노동공제회는 해산됐지만 1927년 조선노동총연맹과 조선농민총연맹이 만들어졌다. 이들 조직뿐 아니라 “1920년대 전반기 노동단체들은 대부분 상호부조, 회원 간 친목과 단결, 지식계발 등을 주요 목적”으로 했다.(‘노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2013) 이는 노동공제회가 ‘노동조합 운동의 원류’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주목받는 노동공제회

사회안전망이 체계적으로 구축되기 이전 노동자 스스로 형성한 안전판, 노동공제회가 ‘오래된 미래’라고 불리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플랫폼노동 등 비정형노동자들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이들을 보호할 법·제도가 속도를 맞추지 못해서다.

이를 두고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공제회는 산업혁명 초기에 노동자들이 자조적인 결사체로 모인 것이 시작이다. 그런데 21세기 초고도 산업사회에서 다시 공제회가 부상한다는 것은 여러 함의가 있다”며 “이는 산업은 발전했지만 노동은 산업혁명 초기와 마찬가지로 분절됐고, 다시 불안정 상태로 돌아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주도해 설립한 재단법인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사장 김동만, 이하 한국노동공제회)가 지난달 27일 출범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노총이 공제회에 주목한 이유

2015년 이후 플랫폼 노동 확산이 주요 노동 의제로 떠오르면서 그간 한국노총이 조직화 대상이나 정책적 관심의 영역으로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비정형노동자의 조직화가 과제로 제기됐다.

당시 한국노총의 상황에 대해 송명진 한국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민주노총과 비교할 때 한국노총은 1990년대 이후 노동시장의 분절화, 고용형태 다양화의 흐름에 걸맞은 종합적인 조직화 전략의 수립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자원 동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노총도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지만 일관된 전략적 목표의 부재, 총연맹 중심 조직화 사업의 한계 등으로 실제 조직화 성과는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과제는 산업의 변화처럼 빠르게 다가왔다. 송명진 사무국장은 “각종 정부 위원회에서 플랫폼 노동을 다루니 한국노총도 제1노총 역할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실태, 현안 등에 대해 생생한 현장을 반영한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없어 한계를 절실하게 느낀 바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2019년 12월 고용노동부의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 발표에 따라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1노총 지위를 내주게 된다. 2020년 1월 당선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후보 자격으로 마지막 연설에서 “(한국노총이) 제1노총 지위를 잃은 것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 조직화와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직 확대 사업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노총 지위 회복이 한국노총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되면서 비정형노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조직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임금노동자는 2,044만 명인데 비정규직 734만 명, 비임금노동자 664만 명, 프리랜서 400만 명, 특수고용직 165만 명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노동자는 좁게는 22만 명 넓게는 179만 명(전체 취업자의 7.4%)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노동연구원(2020)은 추정한다.

우선 비정형노동자 조직화 거점이 마땅치 않았던 한국노총은 노동조합이 아닌 형태로 비정형노동자들이 조직된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과 공동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은 조직적, 정치적 자원을 지원하고 협동조합들은 현장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 신뢰가 쌓였다. 신뢰는 공동의 운동 방향을 그리는 데로 나아갔다.

송명진 사무국장은 “협동조합들이 이전부터 갖고 있던 공제회에 대한 구상을 한국노총도 자연스럽게 접했고, 비정형노동자 조직화 모델로 공제회가 가능성이 있겠다는 기본적인 판단이 2019년 정도에 이뤄졌다”면서 “이때 고용관계 다변화에 따라 비노조 방식의 노동자 이해대변의 다각화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각종 연구 자료도 나오면서 한국노총에서 공제회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2020년 들어 한국노총은 한국노동공제회 설립의 기초 단계로 사무총국 내 플랫폼노동자 보호방안 마련 TF를 구성해 노동공제회의 역사, 현황, 국내·외 사례, 관련 법·제도 등을 검토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는 ‘플랫폼노동 종사자 보호를 위한 공제회 설립방안’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은 노동공제회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확인했다. 송명진 사무국장은 “비정형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공제회가 중층적 보호장치로 기능할 수 있겠다는 것과 개별적·분산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의 특성상 이해대변 조직의 형태가 노동조합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현실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공제회가 효과적일 수 있단 판단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초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플랫폼노동공제회추진단을 결의해 본격적으로 공제회 설립을 준비했다. 현재까지 한국노총 산하 조직들은 공제회 설립을 위해 약 4억 원을 모금했고, 한국노총의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에서 2억 원을 출연했다.

송명진 사무국장은 “기존에 비정형노동 영역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를 계속 추구해왔다면 공제회 설립을 고민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기존 성과가 크지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26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식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 5층에서 열렸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0월 26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식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 5층에서 열렸다.

초기 조직화 수단,
‘목돈마련 응원사업’

한국노동공제회는 초기 사업으로 목돈마련 응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제회 회원이 시중은행의 적금상품(월 10만 원, 최대 3년)에 가입하면 연 최대 24만 원의 매칭이자를 지급한다. 매칭이자는 회원 1만 명까지 지급할 수 있다. 재원은 금융산업공익재단이 한 해 24억 원씩 3년간 후원하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매칭이자는 6개월마다 준정부 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회원에게 직접 전하는 방식이다. 자체 적립형 공제 사업 개발은 향후 과제로 남겨둔 상태다.

경제적 지원은 초기 공제회 회원들을 조직화하는 데 매력적인 수단이며, 비정형노동자들이 원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플랫폼 이동노동자(음식배달 170명+대리운전 178명) 34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4.5%가 금융기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소득증빙이 어려워서(30.2%), 현재 일자리에 대한 보증이 없어서(28.5%), 경력증빙이 어려워서(25.9%) 금융기관의 대출을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인 조강현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조직국장은 “택배노동자들의 차량은 소모성이라 주기적으로 수리해야 한다. 특히 차량을 교체해야 할 땐 2,000만 원 가까이 목돈이 들어간다”며 “공제회의 사업 중 목돈마련 사업이 당장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목돈마련 이자사업이 한국노동공제회 출범 직전 규모가 축소된 점은 노동자들에게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다. 애초 한국노동공제회는 한 달에 20만 원씩 저축하는 상품도 계획했다. 그러면 1년에 매칭이자 48만 원을 받을 수 있고 3년이면 원금(720만 원)에 이자(144만 원)를 더해 최대 864만 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울러 목돈마련 지원사업은 가입 시점부터 최대 3년을 저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제회가 회원 모집을 시작한 시점부터 최대 3년간 저축한 돈에만 매칭이자를 보장한다.

조강현 조직국장은 “원래는 3년간 900만 원 가까운 돈을 모을 수 있어서 목돈이었지만 지금은 반 토막 났다”며 “더 많은 인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겠지만 애초 목돈마련이라는 사업의 의미는 약간 퇴색된 것 같다”고 전했다.

직업훈련·직무교육으로
내 일에 자부심 느끼며 미래 준비

한국노동공제회는 직업훈련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공제회 회원이 ‘국가자격증’이나 ‘국가공인자격증’ 취득 시 직업교육 이수, 직무테스트, 면접비용 등으로 1인당 50만 원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 재원은 금융산업공익재단이 3년간 연 6억 원 이내로 지원한다. 이 지원금 또한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지급된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가사노동자 중에 요양보호사자격증 등 국가 자격증을 따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학원비 등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사노동자 노동인권 실태 및 공제회 인식조사’(동북권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 2021)에서도 가사노동자 106명에게 공제회가 설립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3가지를 물었더니, 가사노동자들은 목돈 마련 저축(25.1%), 건강관련 사업(15.4%), 자격증 취득 교육비 지원(13.7%) 순으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강현 조직국장도 “택배가 단순노동이다 보니 일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기가 조금 힘들다. 또한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나르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도 겪을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제2의 작업을 찾아야 할 수 있는데, 그때 공제회의 직업훈련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국노동공제회는 직무능력 향상 교육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리운전노동자의 경우 입직했을 때 온라인상에서 알음알음 아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노동 과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겠다는 의미다. 일감을 받는 방법, 외지에 갔을 때 어떻게 나와야 하는지, 고객 응대하는 법, 나아가 수입을 관리하는 법까지 교육 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

송명진 사무국장은 “협동조합과 공동사업을 하면서 ‘내 직업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길 자주 들었다”며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리운전기사, 배달기사라고 하면 막다른 길에서 택한 직업으로 인식하고 노동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직무능력 향상 교육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자기 직업이 수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기능, 가치를 알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으면 한다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한국노동공제회는 배달노동자, 대리운전노동자들을 위한 교통안전교육 사업, 건강증진 사업을 진행하고 생활안정자금 대출 사업, 직종별 단체보험을 향후 추진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한국노동공제회는 비정형노동자들의 이해대변 역량 강화를 핵심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제사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직종·업종별로 모여 정보를 공유하면서 문제를 인식하고, 공동의 목소리와 행동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송명진 사무국장은 “취약노동자 보호의 핵심은 법·제도적으로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함께 스스로 조직해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노동공제회는 노동자에게 결집의 계기와 이를 위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 목표 상정했다”고 이야기했다.

“노조와 공제회 관계, 쌍두마차 될 것”

기대만큼 우려도 있다. 우선 공제회가 “기존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법적 보호를 외면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송명진 사무국장은 “나를 비롯한 한국노총의 대다수 활동가들은 비정형노동자 보호와 조직화에 있어 여전히 노동조합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노총이 지난해 전국단위 일반노조인 전국연대노조를 설립한 것도 그러한 이유가 바탕”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과 공제회의 관계는 쌍두마차가 될 거라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공제회는 현실에서 부재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거나, 기업복지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정 정도 새로운 자원의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틀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동만 한국노동공제회 이사장도 “넓게 구축된 노동공제회라는 노동자 자조적 보호망이 노동조합 운동과 긴밀히 연계돼 상호 지원할 때 노동운동의 영향력이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지식산업법학과 교수는 “애초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노동조합 공제사업이 출발점이다. 노동조합이 공제회를 하는 건 낯선 부분이 아니”라면서 “다만 당연히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할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문제에 대해서 한국노총의 대응이 그저 공제회로 수렴될 뿐이라면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공제회의 확산 가능성은?

사회안전망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노동공제회가 어떤 사각지대를 메꾸겠다는 것인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공제회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예술인,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자영업자 등 단계적으로 고용보험 가입기준을 확대해 2025년까지 일정 소득 이상 일자리는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국회에서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이 국민평생직업능력개발법으로 개정됐다. 개정안엔 전국민에 대한 종합적·체계적인 평생 직업능력개발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 요건인 전속성을 폐지하는 법안이 지난 10월 발의되기도 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보호 체계가 2~3년 안에 빠르게 변화하고, 내년 대선에서도 노동정책들이 나올 것이다. 또한 공제회의 핵심이 펀드인데 만약에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을 일정 정도 받으려면 중복사업도 제거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노동공제회가 정확히 무엇을 할 건지 설명되지 않는다면 예상보다 큰 파급력을 얻진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열린 ‘플랫폼노동자 노동실태 및 공제회 설립방안’에서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중앙일자리평가팀 팀장은 “공제회는 기존 사회보험을 기능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전국민 고용보험제 등 기존 사회보험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존재하게 될 노동시장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역할로 고려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제언한 바 있다.

재정 자립과 조직화도 과제

재정 문제도 큰 과제다. 김동만 이사장은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해 운영을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기업이나 기관들의 후원을 유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지만, 본격적으로 회원들을 모집해 회비를 기반으로 공제회가 운영을 해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재정 지원을 협약한 3년 뒤엔 한국노동공제회의 사업 평가 결과에 따라 재정 지원이 축소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노동공제회의 기본 재원은 회비가 돼야 하기에 회원 조직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송명진 사무국장은 “조직화가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다만 공제회 조직화가 노동조합으로 직접적 조직화로 전제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 가입이 공제회 가입의 허들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목돈마련 지원사업을 통해 초기 회원을 모집하고 이를 통해서 직종별 모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공제회 운영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 근거의 마련도 필요하다. 기존 법률을 근거로 공제조합을 설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법을 제정하거나, 기존 개별법에 공제사업의 설립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타법에 규정된 플랫폼노동자 공제회와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제41조)에 따르면 소화물 배송 대행 서비스 인증을 받은 배달대행업체들은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이는 사고율이 높아 보험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라이더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배달 공제조합 설립 추진을 위해 서명운동 등으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 입법안이자,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도 공제사업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러 기대와 우려를 안고 출발한 한국노동공제회는 이달부터 회원 모집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초기엔 가사서비스노동자, 대리운전노동자, 배달노동자, 택배노동자, 프리랜서강사 등 5개 직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김동만 이사장은 “실제 사업을 통해 (노동공제회의) 가능성을 검증해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내년까지는 여러 시범사업을 통해 공제회 사업의 영역과 역할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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