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정한 기준치보다 운송수입금을 적게 낸 택시노동자에게 징계나 해고와 같은 불이익 처분을 하는 행위는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계권한을 앞세워 변종 사납금제를 운용해 온 운수회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택시노동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승무정지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해당 사건은 기준액에 못 미치는 운송수입금을 납부한 택시노동자에게 그 차액만큼 기본급여를 삭감하는 사납금제가 폐지된 뒤에도 유사 사납금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J운수회사와 회사노조는 사납금제 폐지 후 월 470만원 이상의 운송수입금을 납입한 택시노동자에게 성과급을 주는 임금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성과급 산정을 위한 운송수입금(월 470만원)을 미납하면 징계나 해고를 할 수 있다는 징계조항이 들어간 단체협약을 별도로 맺었다. 노동계에 따르면 적지 않은 운수회사가 단협이나 회사내규로 이 같은 징계권을 행사하고 있다.
회사는 A씨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운송수입금을 내자 승무정지 7일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했다.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중노위가 단협에 징계조항에 포함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개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은 운수회사가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택시노동자에게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한 사납금제 폐지 및 전액관리제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정부는 해당 조항을 지키지 않을 때 처벌할지를 판단하지 않고 있다.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때부터 전액관리제는 법시행 2년 가까이 되도록 정착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사납금제를 금지한 여객자동차법 조항을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택시노동자를 해고·징계해 신분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기준액 납입을 강제하는 것이라서 금지사항이라고 봤다. 강행규정을 위반한 단협도 무효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를 징계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납금제 폐지는) 단순히 사납금제 자체만을 폐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운수종사자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킨 근본 원인인 ‘운송수익금 하락에 따른 위험의 전가’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려는 목적의 법률 개정으로 풀이된다”며 “기준액 미납을 이유로 운수종사자를 해고 또는 징계하는 (단협상) 규정들로서 현행법에 위배되므로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여객자동차법의 사납금 금지 조항이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