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국토정보공사 국토인터넷방송국 유튜브 홍보영상 갈무리


등급별 격차가 큰 경영평가 성과급을 모아 조합원들에게 공평하게 재분배하는 작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이 노조위원장을 파면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상위등급을 받은 노동자가 하위등급을 받은 노동자에게 성과급 일부를 증여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징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 중 부당해고에 관한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성과급 재분배 주도·감사 불응 이유로 파면
1·2심 “조직적 위법행위” 파면 정당

LX는 2016년 7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5개 등급으로 나눠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그해 9월 국토정보공사노조 주도로 성과급 재분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특정감사에 돌입했다.

이후 감사 실시 결과 당시 차진철 노조위원장이 성과급 재분배를 주도했다고 보고 12월12일 차 위원장을 파면했다. 차 위원장이 감사에 불응하고 지역노조 본부장들에게 문답서 서명날인을 거부하도록 지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행위도 징계사유로 삼았다.

차 위원장과 노조는 파면이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전북지노위는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일부를 인정했고,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했다. 이에 LX는 2017년 7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차 위원장에 대한 징계사유가 정당하다며 회사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성과급 재분배가 일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적 영역을 벗어나 LX의 경영평가 성과급 제도를 무력화하는 ‘조직적 위법행위’라고 못 박았다. 재분배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행사와 관련 없고, 회사의 경영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다.

일부 직원들의 ‘(재분배로) 직원의 동기부여가 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 ‘성과급을 재분배 없이 그대로 수령하기를 원한다’는 등의 진술도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차 위원장이 성명서를 내고 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부분도 1심은 정당한 징계사유로 봤다. 또 차 위원장의 파면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1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LX가 노조와 근로자들에게 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한 것은 정당한 직무명령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성과급 재분배 금지 의무 없어”
“성과급은 근로자 사적재산 영역 속해”

하지만 대법원은 “차 위원장이 성과급 재분배를 주도한 것이 정관 등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의 부당해고 부분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해고 당시 성과급 재분배 금지에 관한 정관 및 규정에 따른 직무상 명령이 있었다거나, 차 위원장이 성과급을 재분배해서는 안 된다는 직무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LX의 정관은 예산과 회계 및 경영실적 평가에 관한 근거 규정일 뿐, 근로자들에게 직접 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하는 취지라고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은 성과급 재분배가 ‘개인의 재산권 행사’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회사가 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했다고 보더라도,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라며 “회사는 적어도 2015년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한 이후에는 재분배를 금지할 수 없고, 근로자들이 회사에 대해 재분배 금지 명령을 따를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차 위원장이 감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파면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옳다고 봤다.

차 위원장을 대리한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성과급 균등분배는 조합원 개인의 사적 처분권의 행사이자 노조활동의 일환인 점에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