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인력공급업체가 공사현장 인부들의 임금을 먼저 지급했더라도 해당 노동자의 사용자는 공사를 재하도급받은 건설업자이므로 도급업체는 임금 지급의 연대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인력공급업체인 A사가 하도급 건설사인 B사를 상대로 낸 용역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근로기준법 44조의2에 의한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근기법 44조의2에 따르면 건설업에서 두 차례 이상 도급이 이뤄진 경우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해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B사는 원청에서 공사를 하도급받은 후 거푸집 공사를 미등록 건설사업자(십장)인 C씨에게 재하도급했다. A사는 C씨와 인력공급계약을 체결해 공사현장에 노동자들을 공급했다. 그런데 C씨는 형식적으로만 A사 소속 직원이었을 뿐 미등록 사업자로 활동했다. 인부들의 수나 투입시기는 C씨가 독자적으로 결정해 A사에 인력을 요청했다. A사는 건설노동자의 알선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먼저 지급했다. A사는 B사에 인력을 공급했는데도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했다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무등록 건설업자인 C씨에게 공사 일부를 재하도급한 직상수급인인 B사는 하도급대금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C씨가 사용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임금을 C씨와 연대해 지급할 책임을 진다”며 A사의 청구를 인용했다.

항소심은 “C씨가 A사의 소속 직원으로서 공사현장을 관리한 점, A사가 직접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 왔다”며 A사가 인부들의 사용자라며 1심을 뒤집고 B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인력공급업체가 직업안정법상 유료직업소개사업으로서 근로자를 공급받는 업체와 해당 근로자 사이에 고용계약이 성립되도록 알선하는 형태로 인력공급을 한 것이라면 해당 근로자의 사용자는 인력을 공급받는 업체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사가 공급한 근로자들은 형식상으로만 A사 직원으로 돼 있을 뿐 C씨의 지휘·명령을 받아 공사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근로자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C씨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C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B사는 하수급인인 C씨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C씨와 연대해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