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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추심원이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회사에서 상시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두고 엇갈린 판결을 내놓고 있지만 대법원은 근로계약관계나 종속관계가 달라 판단이 달라졌을 뿐 법리는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채권추심원 “종속관계 근로 제공” 퇴직금 소송 제기
법원 “회사가 업무 내용과 수행 방법 정해서 하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마은혁 부장판사)는 우리신용정보 채권추심원 2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채권추심원들이 소송을 낸 지 2년3개월여 만이다.

퇴직한 채권추심원들은 “회사와 위임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2019년 7월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지연손해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채권추심원들은 수수료를 받은 독립적인 사업자”라고 반박했다. 특히 2015년 이후 채권추심원들의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제도(컷오프 제도)를 폐지하는 등 광범위한 제도개선이 이뤄졌다며 업무형태가 변경된 이후부터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채권추심원들은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채권추심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회사로서는 채권추심원들이 법령 및 규제사항을 위반하지 않도록 상시적으로 지휘·감독할 필요성이 있다”며 “회사는 채권추심·재산관계 파악·채무액 조정 및 감면 등 업무에 관한 수행방법을 정해 놓고, 채권추심원들에게 따르도록 했다. 채권추심원의 업무 내용은 회사에 의해 정해졌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채권추심실적 평가·보고 △위임직 운영규정의 정년 규정 △수수료의 임금으로서의 성질 △업무의 계속성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사측이 주장한 제도 변경 이후의 근로자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회사가 제도 변경 근거로 제출한 자료들은 근로계약관계로 해석될 만한 규정을 삭제하고 위임계약관계로 해석될 만한 규정을 추가·강조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위임계약서 등이 있다”며 “하지만 이 자료들만으로는 채권추심원들의 업무수행 방식과 회사의 지휘·감독의 정도가 근로자성을 달리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채권추심원 근로자성 두고 엇갈린 법원 판단
대법원 “근로계약·형태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채권추심원들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원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SCI평가정보 채권추심원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한 달 뒤 고려신용정보 사건에서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지난달 28일 서울고법도 KB신용정보 채권추심원이 낸 퇴직금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이나 근로 제공 형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13년과 2015년 판례를 통해 “채권추심원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채권추심회사의 지점·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함께 소송을 낸 우리신용정보의 임대차조사원 18명에 대해서도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임대차조사업무는 회사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고, 구체적인 업무 수행방법도 정해 임대차조사원들이 이행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