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폰 로고. <듀폰코리아채용 유튜브 갈무리>


듀폰코리아가 노조간부를 전환배치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중노위는 듀폰코리아가 “노조의 파업 이후 교섭이 교착된 상황에서 노조간부를 전환배치했다”며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한 바 있다. 듀폰은 ‘인간존중’을 기업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지난 8일 듀폰코리아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전환배치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듀폰코리아가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노동자 “사측 논의절차 무시” 건강 악화 호소

화학노련 듀폰코리아 울산노조의 교육부장을 지낸 오아무개씨는 약 9년간 A사업부에서 교대조로 근무했다. 이후 사측이 지난해 3월 4조3교대를 3조3교대로 일시적으로 변경하며 오씨는 주간근무에 배치됐다.

그런데 오씨는 지난해 6월22일 주간근무에서 교대조로 재차 배치 명령을 받았다. 교대조 소속 노동자가 사고로 휴직하게 돼 주간근무자 중 적임자를 찾다 보니 오씨를 전환배치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었다.

오씨는 회사의 전환배치가 노사가 정한 인사원칙에 어긋나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노사는 지난해 3월 단체교섭에서 ‘조합원임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지 않고 조합간부의 인사는 조합과 사전에 논의한다’는 내용의 인사원칙에 합의했다. 원칙을 세웠는데도 사측이 노조와 논의 없이 전환배치를 단행했다는 게 오씨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오씨는 자신이 노조간부로서 쟁의행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이유로 회사가 전환배치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전환배치로 인한 ‘건강 악화’도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주간조로 전환되면서 노조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파업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강제로 교대조로 근무하게 되면서 수면 장애·부정맥 증상이 빈번해졌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증상도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오씨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환배치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고, 울산지노위는 지난해 8월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도 지난해 12월 “전환배치의 업무상 필요성에 대한 사용자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초심을 유지했다.

중노위는 “오씨가 교대조로 전환배치될 경우 노조활동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회사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환배치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오씨에 대한 전환배치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저지할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듀폰 “노조활동으로 인한 전환배치 아냐”

사측은 중노위 판정에도 지난 1월 행정소송을 냈다. 듀폰코리아는 소송 첫 변론기일에 전환배치의 ‘업무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듀폰측 대리인은 “경영상 변화와 인력수급 문제 때문에 적임자로 오씨를 배치하게 된 것일 뿐, 오씨의 노조활동으로 인한 조치는 아니다”며 “교대조 개편 과정에서 후보를 검토해 봤지만 오씨밖에 존재하지 않아 전환배치가 이뤄진 점을 살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중노위가 인정한 부당노동행위도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듀폰측은 “오씨의 건강상 문제와 전환배치 간 연관성 입증이 없다”며 최근 5년간 건강검진 및 의약품 구매내역을 오씨측에 요구했다. 오씨를 대리한 정명기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입증책임은 사측에 있고, 이 사건이 손해배상 청구가 아닌데 (내역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굳이 건강검진 내역을 제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씨측 대리인은 변론 종결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증거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속행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11월26일 한 차례 더 기일을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듀폰코리아 울산노조는 2019년 12월17일부터 86일간 인사평가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한 뒤 지난해 3월 노사가 특별합의서를 체결하면서 파업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