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주최로 12일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기후변화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과제 토론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사회 전환 문제를 두고 노동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저탄소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부 계획에 고용불안 등 노동자가 입게 될 피해예방 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노총 ‘기후변화 대응과제’ 주제로 토론회

한국노총은 12일 오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주관으로 ‘기후변화와 노동, 노동에 비치는 영향과 대응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하고 있다. 탄소중립위는 최근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탄소배출량보다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18년 제시했던 26.3%보다 13.7%포인트 올린 목표치다.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해 산업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제노총(ITUC)과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피해받는 노동자와 공동체, 지역을 지원하고 사회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내놓고 있다. 투명한 계획과 절차를 보장하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를 필수적으로 전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주로 절차적 공정성과 사후 보상에 치중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산업전환 과정이 경제적 평등과 사회 정의를 함께 고양하는 것이 돼야 하고, 취약계층 피해 최소화를 넘어 괜찮은 녹색 일자리 마련으로 확장돼야 하지만 정부 계획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하도록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하지만 탄소중립위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하려면
더 많은 지원과 구체적 계획 필요”

탄소중립위는 제대로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이해 당사자의 반발로 확인된다. 금속노련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최근 탄소중립위에 전달했다. 탄소중립 사회라는 대전제에 우호적인 노동계가 정부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2030년 NDC 목표 40%를 달성하려면 친환경차 보급이 450만~550만대가 돼야 하지만 현재 생산능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국내 생산으로 보급이 불가능한 물량은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국내 자동산산업 전반이 위태로워진다는 주장이다. 기존 목표(NDC 26.3%)에서의 친환경차 보급목표는 360만대가량이었다.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나병호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내연기관차 생산감소로 인한 고용감소가 예상된다”며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지원으로 재직자 교육과 훈련 방식의 실효성 없는 지원만을 재탕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탄소중립 사회라는 가야 할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달려가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서 사회적 비용과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은 무엇인지 살피는 절차가 없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지금 노동자들이 친환경차 개발이나 변화하는 자동차산업에 다시 뛰어들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고용보장을 위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훨씬 더 많은 지원과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지만 그런 모습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은 한국노총이 대선 의제로 선정한 과제를 두고 진행하는 연속토론회의 첫 번째 자리다. 코로나19 고용유지정책, 복수노조 실태, 주요 정당의 노동정책 수렴 수준을 주제로 삼은 토론회를 이달 15일까지 매일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