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노련과 발전 5사 통합노조 준비위원회, 한전산업개발노조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탄소중립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중립위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비판했다. <이재 기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노동자를 배제하면서 노동계의 불안감과 반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40%로 상향한다고 발표하자 곳곳에서 “상향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13일 오후 공공노련과 발전 5사 통합준비위원회·한전산업개발노조는 서울 종로구 탄소중립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전환 대책 없는 NDC 40% 상향을 규탄했다. 이들은 이날 탄소중립위와 발전산업 기후위기 대응 관련 노동자 간담회를 했지만 탄소중립위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화력발전소 폐쇄하면 노동자는 어디로 가나”
NDC 상향시 화력발전소 15~21기 추가 폐쇄
송민 발전 5사 통합준비위원장(한국남부발전노조 위원장)은 “민간사업자가 전체 재생에너지 생산의 78%를 점유한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면 발전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며 “재생에너지 자체가 가진 기술적 문제와 향후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전력 공공성 문제 등을 강조하며 제대로 된 전력 공공성 정책과 노동전환 정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우리나라는 석탄화력발전소 60기 가운데 30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고 이 가운데 28기를 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구성된 기후위기와 산업·노동 전환 연구회의 발표자료를 보면 이렇게만 따져도 발전사 원청·협력사·자회사 노동자 2만2천306명 가운데 9천592명(43%)이 일자리를 잃는다.
여기에 탄소중립위가 8일 발표한 대로 NDC를 40%로 상향하면 추가로 석탄화력발전소 15~21기를 더 폐쇄해야 한다. 닥쳐오는 기후위기 앞에 놓인 발전노동자들이 고용위기를 호소하는 배경이다.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은 “탄소중립의 중요성과 절실함에 대해 우리도 알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이 노동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NDC 상향은 노동자 불안만 가중한다”고 강조했다.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NDC 상향이 문제가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를 배제한 거버넌스와 정부의 무계획이 문제”라며 “탄소중립위에 이해당사자 참여를 보장하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대책 마련과 에너지 전환 과정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산업도 “전기차 수입 늘면 고용불안” 확산
발전산업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도 NDC 상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금속노련은 탄소중립위에 NDC 상향과 관련해 전기차 보급 같은 보급 조절이 필요하고 주장했다. 2030년 전기차 같은 차종의 보급 목표를 과도하게 잡으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능력을 초월해 수입이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완성차는 물론 협력업체의 경영악화와 노동자 고용불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김석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NDC가 높거나 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지적은 대응을 늦추자는 게 아니라 위기에 걸맞은 노동전환 정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은 모두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만큼 (정부가) 대응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18일 탄소중립위의 전체회의에 앞서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낼 계획이다. 김석 실장은 “탄소중립위가 민주노총과 만난 것을 두고 노동자도 참여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해 만남을 거절하고 의견서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