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하는 모습. KBS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단순방사선영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진폐증이 흉부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진단됐더라도 진폐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확한 진폐증 진단을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보완적인 검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에는 진폐의 발병 여부와 진행 정도는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을 판독해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진폐요양급여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분진사업장에서 근무한 뒤 2019년 1월 진폐증을 진단받았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그해 3월 진폐정밀진단과 진폐심사회의 심사 결과 진폐병형이 ‘정상’이라고 판단해 진폐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흉부CT 영상까지 종합해 진폐병형을 판정해야 한다”며 2019년 9월 소송을 냈다. A씨는 “대학병원에서 진폐증 제1형 판정을 받았다”며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을 판독해 판정하는 경우 명확한 구분이 어려우며 판독자나 판독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법원 감정의는 A씨를 진단한 대학병원의 흉부CT 영상에서 소음영이 단순방사선영상보다 뚜렷이 관찰돼 진폐증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1심은 “단순방사선영상에 더해 흉부CT 영상까지 고려해 진폐병형을 판정한 소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진폐의 발병 여부 및 진폐병형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근로자가 추가 검사에 동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단순방사선영상 외에 흉부CT 영상 같은 보완적인 검사를 한 다음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1심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시행령 규정을 단순한 예시적 규정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폐영역의 소음영이 비특이적으로 관찰돼 진폐의증으로 판정된 A씨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A씨가 추가 검사에 동의해 CT 촬영에 임해 검사가 시행됐으므로 단순방사선영상과 CT 영상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단순방사선영상과 CT 영상을 종합해 판정해 신뢰도 및 정확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따르면, A씨의 진폐병형이 제1형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